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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장윤석 Oct 07. 2020

숨 - 1

[일간 에헤이]     

숨 - 1

2020.10.6. 화(火) 


노 마               


한숨을 돌리다          

  오늘 어제 그제, 한전 이사회에서 베트남 붕양-2 석탄발전 수출이 ‘확정’됐다. [단독]을 붙인 한국경제 기자는 “정치권 일각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전이 계획대로 투자를 결정하면서 국내 석탄화력발전 업계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썼다.      

  한숨을 돌리다니, 누구는 숨이 가빠 올 텐데, 누구는 목숨이 끊어질 텐데. 한숨을 돌린다는 말에 경멸이 서리다. 나는 이 말을 “힘없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있다가 겨우 한숨을 돌렸다” 하고만 쓰는 줄 알았다.           

  숨 하니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8개월 산 아이가 숨이 끊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러운 석탄발전소 옆의 삶이 그렇단다. 이에 분노해 농사지으며 살던 주민들은 활동가가 된다. 진실을 찾고 알리려 온 힘을 쓰는데, 자주 목숨을 위협받는다. 그리고 죽는다. 죽임당한다.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동지 디안은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는데, 자기는 사고라 믿지 않는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됐다. 아시아 활동가들이 노력하는 연대는 생존을 위함이다.          

  그 와중에 한숨을 돌렸다는 이들을 생각한다. 샴페인 잔을 들었을까? 소주에 육식하러 고깃집에 갔을까. 혹은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의 말단 노동자들은 정말 안도의 숨을 내쉬었을까. 발표된 뉴딜에 없는 정의로운 전환이 정말 가능하리라는 희망 하나 품지 않고, 정말 고된 숨을 돌렸을까.           

  어떻게든 막아보겠다고 추석 내내 온갖 기사를 찾아보고 액션을 기획하던 동지들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나라고 다를까. 차라리 눈이라도 푹푹 나렸으면 좋았을 것을, 유달리 화창한 가을 하늘이 괜스레 원망스러웠다. 그 와중에 전화가 왔다. 환경부에서 LEDS토론회 참석하면 10만 원 주겠단다. 이 나이브한 제안에 유난히 화가 났다. 너희가 환경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걸 막았어야지, 하는 말이 차오르는 걸 보면 나는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나보다. 형식적인 토론회들, 허울뿐인 비전, 말뿐인 약속들 가운데 있다 보니 이제는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에 대해 말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사기          

  전부 사기다. 화로 객관성을 못내 잃어도 이렇게 말할 것이고, 냉철하게 상황을 뜯어봐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정부의 녹색 비전도, 기업들의 빼깔나는 녹색 분칠도 전부 사기다.        

  이번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30년간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억 톤에 달한다. 이는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정부가 2025년까지 73조 원의 세금을 쏟아부어 줄이려는 감축 목표인 1229만 톤의 15배가 넘는 양이다. 같은 햇수로 비교해도 얼추 3배(2.7배)다. 붕양-2를 상쇄하려면 문 정부가 그린뉴딜 발표를 세 번은 더 해야 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도 이제 잉크가 겨우 말라간다. 이게 기후위기 대응인가? 혹은, 인도네시아 지구 베트남 지구 한국 지구가 따로 있나? 장혜영 의원의 질의에 그린뉴딜이 국내 정책이라고 당연한 듯이 답하던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그렇다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린뉴딜이라고 하지 말지, 차라리 기후위기 대응한다고 말이나 하지 말지. 복잡하다.          

  어쩌면 우리는 짙게 녹색 분칠 된 자본주의에서 헛된 구호들과 비전들에 소중히 희망을 걸면서 살아갈지도 모른다. 로또가 될 줄 알고 사는 사람은 없다. 되길 바라는 마음에 없는 가능성에도 기댄다. 기후위기도 비슷하다. 기업의 친환경 광고, 정부의 그린뉴딜 발표에 뒤덮여 이제는 환경 좀 생각하자고 작은 다짐과 실천을 수행하겠지. 하지만 정직한 자연의 피드백은 사회의 최말단에 있는 빈곤층, 노동자, 여성, 소수자, 남반구 주민들, 비인간 동물들에게부터 덮칠 것이다. 그들이 갈려나가는 것조차 우리는 보지 못할 것이다. 이제껏, 그리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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