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2.1.19 기후재판 선고전 기자회견 발언문

by 노마 장윤석

반갑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연구자, 재판팀원, 전 붕앙팀장) 장윤석 입니다. 오늘 첫 기후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우리는 모였습니다.


약 반년 동안 이어져 온 재판이었습니다. 재판의 과정에서 다양한 장면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누가 죄를 지었는가. 우리는 피고의 자리에서 지난 반 년을 재판장에 앉았습니다. 베트남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기업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직접행동 이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저희의 일각의 주장이 아닌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를 자각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을 바로 잡으려 하는 이들의 운동과 결을 같이 합니다. 저희가 만약 죄를 지었다면 전 세계의 모든 기후활동가가 죄를 짓는 것이겠지요.

붕앙은 상징입니다. 한국(정부)가 짓는 마지막 석탄발전소이자 그 과정에서 보인 그린워싱, 결정과정에서의 밀실합의와 편향된 결정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그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알고 있었고 탈석탄을 말해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까지 있었던 4대강, 밀양, 월성 지역 곳곳을 앓게 만든 사건들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붕앙은 인도네시아에서 지어지는 자와 9, 10호기이자 국내의 신서천화력, 고성화이화력 1, 2호기, 강릉안인화력 1, 2호기, 삼척화력 1, 2호기입니다. 나아가 가덕도와 제주의 신공항이자 호주의 석탄 광산이자 미얀마의 가스전입니다.


기후위기를 말하는 정부가 이전의 녹색성장의 과오를 인정하지도 짚어내지도 못하고 무엇을 하긴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여러차례 증명되었듯이 정부의 그린뉴딜은 골든타임을 허비한 채 폐단들을 남기었습니다. 이 모든 시도를 지어지는 석탄발전소가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시, 누가 죄를 지었는지 묻습니다. 오늘 재판의 결과는 그 무엇이든 앞으로의 기후운동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재판부가 기후위기의 심대함과 심각성을 인정하지 아니한다면 석탄발전소를 짓는 현행 제도의 문법에 갇혀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과가 될 것입니다. 인정한다면, 국내에서는 최초로 기후위기의 진실을 일부나마나 직시하는 것으로 향후 밀물처럼 흘러들어올 기후재판의 첫 물꼬를 트는 것일 것입니다. 또한 재판부가 피고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강은빈 이은호 활동가에게 원래의 구형을 선고한다면 재판부는 후대에 공범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붕앙이라는 생태학살극의 명목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이고 실제 이유는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기업을 살리기 위함이며, 실제로 추진한 주체는 산업부와 기재부를 위시한 청와대이며, 그것에 저항한 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에 수갑을 채운 이들은 2022년 1월 19일 성남지방법원의 검사와 판사라고.


역사상 시대착오적인 선고들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역사에서 선도적인 선고들도 많았습니다. 오늘 재판부의 결정은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일 것입니다. (그들의 손을 들어주실 것입니까. 우리의 말을 들어주실 것입니까. 판결로 응답하십시오.)


이것은 처음입니다. 그러나 기후재판은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 인정을 넘어, 기후활동가들의 평화권 저항권을 인정하고, 동물과 지구 생명의 권리를 인정하고, 끝내 이 사회가 지금까지 저질러온 수많은 성장개발 '사업'들을 생태학살 '범죄'로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인류세라고도 이르는 지구의 힘겨운 역사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써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곁에서 먼발치에서 함께해주시고 지켜봐주신 분들께 감사와 수고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1.19

성남지방법원 앞

청년기후긴급행동 장윤석


작가의 이전글2ㅔ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