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두 번째
"아무도 듣지 못할 새벽의 울먹임은 내 이불속에 차 있네 눅눅한 온기/나를 위로해주던 운동장 너머의 산/말을 많이 하는 낙엽과 물 묻은 흙냄새. 나를 위로해주던 풍경들은 다 그대로 있을까 - 도마, 나를 위로해주던 풍경"
그대로 있을까. 고향을 묻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이들을 간혹 본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어린 시절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같은 질문에 답하려 소위 '삽질'을 한 양반이 있었다. 한국에서 사라진 산들을 추적했다. 그리고 지도가 만들어졌다.
산들은 어디로 갔는가. 원리는 단순하다. 새만금 방조제를 만든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인근의 산들을 깎아서 메운 바다에 던지는 작업을 몇십 년 하면 그곳은 땅이 된다. 가덕도 신공항은 섬을 지킨 산을 깎아서 활주로를 만드는 작업을 십 년 한다는 논리다. 그 외 포천에서 쌍방울그룹이 만든다는 60만 평의 골프장 등이 산을 밀어버린다. 4대강 사업에 각종 토건사업을 상기하면 정말 근 10년은 강산이 변한 시간이었다.
이것을 혹자는 대지살해•학살(terracide)라고도 부른다. 생태학살(ecocide)애 일종인데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에서 보이는 토지의 상실과 (회복이 어려운) 파괴에 집중하는 말이다. 국제에어로트로폴리스반대운동(GAAM)*에서는 신공항과 관련 개발사업을 생태학살으로 해석하고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풍경을 잃는 것은 실은 마음•마음틀(mentality)을 잃는 것이다. 그 생명과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오랜 시간과 시간관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가혹한 방법으로. 무언가를 잃었을 때/혹은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그것을 마주하는 태도는 삶의 미래를 바꾼다. 생태학살이라는 말에 녹색전환이 담겨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비극을 희망으로 전환해내는 힘, 희망을 발굴해낼 공동의 역량은 어디에서 기원할까. 여기에 마음과 믿음의 자리가 있다. 아룬다티 로이가 댐으로 수몰된 마을을 지키고 연구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땅, 을 넘어 그 땅과/땅이 맺고 있는 관계들/그관계사이의마음들 이라는 생각을 했다.
풍경은 바뀐다. 자연의 풍경도 관계의 풍경도 바뀐다. 애도와 저항의 과정은 다른 풍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마냥 잃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다.
*https://antiaero.org/
1. 어린이를 키워준 나의 부모님에게 감사합니다. 고향이 없어도 유년을 같이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마냥 상실감만이 있지 않습니다.
2. 새만금 신공항 반대 투쟁을 세종 환경부 앞 농성장에서 이어가고 있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3. 가덕도 신공항 반대 투쟁을 이어가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4. 쌍방울그룹 포천 화현면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연대하는 이들에게 감사합니다.
5. 귀한 연구를 해준 박형렬 작가에게 감사합니다. 성곡미술관에서 '땅, 사람, 관계탐구'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6. 좋은 노래를 남겨준 가수 고 도마에게 감사합니다.
덧. 감사일기 쓰다가 애도일기를 써버려,,,서 이담에는 감사함을 좀 더 첨가해보도록 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