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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6 감정과다와 사은

감사일기 세 번째

by 노마 장윤석

요새는 감정이 과다하다. 감정을 덜 수 있을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나이 먹어 가며 느는 것은 어떤 뻔뻔함 혹은 초연함이지만, 타고난 마음의 울렁임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4월만 잔인한 게 아니라 3월도 잔인했고 5월도 잔인한 것 같다. 6월도 그러겠지? 서늘한 바람이 여름밤의 징조를 알리는데, 너덜 웃음만 짓게 된다. 우리는 어디쯤 와있는 걸까?


아무래도 선거철 기후선거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잡고 있다. 녹색당이란 배에 타고 양손으로 노를 젓다 못해 발도 쓰고 있다. 참으로 눈물겹지만 발로도 젓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웃음도 난다. 웃어야 한다. 어려워도 바빠도 웃음과 여유를 잃으면 다 잃는다. 우리가 보내온 십 년이라는 시간이 고이 숙성된 지혜를 떠올린다.


과다한 감정을 감사로 돌리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중요한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원불교에서는 은혜 개념이 주요한 교리인데 사은(四恩)은 천지은(天地恩)ㆍ부모은(父母恩)ㆍ동포은(同胞恩)ㆍ법률은(法律恩)을 이른다. 하늘, 부모, 겨레/곁, 사회라고 쓸 수 있으려나. 세상과 나의 관계를 은혜로 파악한 점이 퍽 잔잔한 감동을 준다.


선거철, 이는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닌지라 곳곳에서 고심하고 돌아와 남은 상흔과 서러움이 여럿 보인다. 지친 몸을 뉘었을 나의 동료 선원들에게 감사함을 실어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나 모든 씨앗이 큰 나무를 자기 속에 숨기고 있듯이 체계의 서론은 새로운 철학체계의 토대요 원리이다. 그런즉 우리는 더 이상 어둠 속에서 갈 길을 모르고 헤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힘들여 개간한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어 그것이 싹을 틔워 아름드리나무로 자랄 때까지 기를 것이다. 때가 되면 우람한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 오르고 무성한 잎사귀 사이로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리니, 하늘의 새들이 그 나무에 둥지를 틀고 그 열매로 배 불리고 그 꽃에 도취할 것이다. 우리는 그때까지 정신의 노동을 멈추지 말자. 그것이 이 피어린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빛이니, 오직 근면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 김상봉, 서로주체성의 이념, 머리말 중”


1. 작심삼일을 넘어서 기억과 회고를 공유하고 있는 저에게 감사합니다. 윤석아 고맙고 힘내;) 마감도 잘하자^^

2. 고난과 활기 넘치는 공간에서 함께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녹색당과 녹색전환연구소 식구(食口)들에게 감사합니다.

3. 길담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음에 좋습니다. Ryuichi Sakamoto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4. 오래되었고 새로운 벗 준범에게 감사합니다. 저녁 혼밥 안해서 든든했습니다.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일리치 학회는 오랜 꿈으로 남겨두겠습니다!

5. 피곤하지만 그럼에도 애써준 민지에게 감사합니다. 금방 풀어주어서 고맙!

6. 마감 핑계로 어버이 못 본지가 몇 달은 된지라 어버이날 선물 뭐사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추천해주시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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