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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후행동 2019-2022

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물 6호 2022.10

by 노마 장윤석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2019년 9월 혜화에서 기후위기비상선언이 있었으니, 한국 사회가 기후위기를 알아차린 지 3년이 지났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기후판에 처음에는 나와 몇몇의 너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우여곡절 속에서 좌충우돌 지나오며 삼만 오천 명의 우리가 되었다. 지나온 3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아득하다. 2019년은 수백 개의 단위가 모여 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이 만들어졌고, 기후위기비상선언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2020년은 국회와 기초지자체의 기후위기 비상선언이 있었고, 정부의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이 있었으나 신공항과 신규석탄발전소 사업이 난무했다. 그런 까닭에 2021년은 청년기후긴급행동의 두산중공업 직접행동, 멸종반란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민주당 직접행동, 녹색당의 포스코와 산업자원부 직접행동이 일어났고 기후재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2022년,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양 차례의 선거가 모두 기후선거가 되지 못했지만, 광장에서 수만 명이 기후정의를 외치는 광경을 보고 있다.


지나온 길에 대한 평가는 어렵다. 눈코 뜰 새 없이 흘러온 타임라인이었지만 과연, 우리 삶에 무엇을 바꾸어냈는가? 올해 치러진 두 차례의 선거는 갈 길이 멀어도 한참 멀다고 말해준다. 여성가족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듯이, 환경부도 탈원전 기조를 폐기했다. 베트남에 붕앙, 인도네시아에 자와, 강릉에 안인, 삼척에 블루파워 석탄발전소가 그대로 지어지고 있고 민선 8기의 지역들은 십여개의 신공항을 비롯하여 온갖 토건 개발로 침몰할 지경이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말하면서 기후위기에 더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동시에, 우리는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 3년 사이에 3만 명이 늘었다. 고작이 아니다. 3년 사이에 7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대로라면 3년 뒤 2025년에는 약10만 명, 그 3년 뒤에는 약 30만 명, 또 그 3년 뒤인 2031년에는 약 90만 명이 된다. 온실가스를 지금보다(2018년) 절반 감축했어야 하는 중간 목표 지점 2030년, 우리에게는 100명의 잠재된 서로가 있다. 비약으로 보이겠지만, 사회는 생각보다 자연과 닮아있다. 기후위기를 지금까지의 예측이 무색하게 심화시킬 기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있다면, 사회를 지금까지의 비관이 무색하게 놀랍도록 바꿔낼 전환 티핑포인트가, 전환점이 있는 것이다. 이번 여름 장마와 폭우가 각종 비극적인 참사를 빚어냈지만, 그 와중에 들풀들도 억세고 무성하게 자라났다. 실제로 얼마 전 우리는 9.24의 동력으로 5만 명을 모아 국회 탈석탄법 입법청원을 이뤄냈다. 작지만 큰 한 걸음이다. 탈석탄법 청원 수가 늘어나는 과정을 보면 지구가 굴러떨어지는 절망 곡선과 정확하게 대비된다.


게다가, 우리는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그리고 기후정의로 이어지며 우리의 말들이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9월 24일 무수히 많은 깃발들을 보았다. 하나하나 다 호명할 수는 없지만, 기후정의 운동을 이끌어온 단위들은 당연하고, 녹색 전환을 그리고 연구하는 정책 단위들, 생협이나 농업과 교육 단위들도 있었다. 색깔도 평화, 여성, 인권, 노동, 주거, 가릴 것 없이 적녹보라를 넘어 무지갯빛이었다. 이 형형색색의 깃발들을 보면서 우리의 말이 어디로 나아갈지 기대하게 되었다. 이 다채로운 차이는 우리의 중요한 가능성인 것 같다.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시너지로, 길항작용으로, 전환의 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

다시 지나온 3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아득하다. 어디나 그렇듯이 우여곡절 좌충우돌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길게 보아 마라톤 달리기 중에서 겨우 초입을 지났을 뿐이다. 이럴 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생각한다. 처음에는 급하면 뛰어가야지 무슨 소리인가 했었다. 하지만 뛰다보니, 숨이 차서 쉬어야 했고 혼자 달리면 외로와서 친구 찾아 돌아가게 되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사람인지라 모두가 단일한 속도와 방향을 가질 수는 없고, 앞으로도 온갖 우여곡절과 좌충우돌을 겪을 것이다. 실은 피켓에 어떤 문구를 적어야 하는지 오래 고민했다. 기후판의 다사다난한 사건들과 함께 나의 삶도 많이 방황하며 흘러온 것 같다. 마지막 석탄발전소를 저지하려던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의 삶에서, 지역의 전환 정책을 만들고 띄우려던 연구자의 삶, 그리고 지금 바람과물에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글을 쓰는 이 수행자(?)의 삶까지 순환하며 흘러오고 있다. 3년의 내가 세 삶을 살아오면 남은 말들은 각각 기후정의, 녹색전환, 생명평화이다. 나는 세 실이 이 미증유의 환란의 세기를 살아갈 우리의 길이라고 믿는다. 수고하셨다고, 앞으로도 잘 달려가자고, 그리고 서로를 살리는 우리가 되자고 전해본다.


*아래의 표만 수록하고 글은 미수록 되어있습니다.


(1-2) 바람과물_6호_한국의 기후시간표_윤석.jpg
(2-2) 바람과물_6호_한국의 기후시간표_윤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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