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집으로 올라가는 길, 한국이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 버스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다. 2018년 11월 8일 부터 11일까지의 나흘 간의 기록이고, 동생과 함께한, 그리고 썸머의 환대로 빚어진 여행이었다.
11.8
도담 게스트하우스, 다시 와도 이 곳에서 지내리라. 시골의 아늑한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동생 가방
해운대 시장비가 무척 오는데도 썸머는 먼 곳에서 온 우리를 한걸음에 달려와 반겨주었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였던 우리는 비로소 쉴 수 있었다.
간만에 찾은 여유에 한껏 도취되어버렸다.
신기했던 것은 해운대의 파도였다. 도심 바로 앞에 있는 바다, 그 바도의 파도가 이렇게 세다니. 한평생을 내륙에서 살아온 나에게는 무척이나 이국적이었다.
알록달록한 고양이 세 마리. 바람이 세서 날아갈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저리 쭈구리고 있어서인지 날아가지는 않았다. 11. 9
아침에 일어났더니 숙소가 예뻐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전날 비가 세차게 내린 뒤라 하늘이 더욱 청량했다.
울적함을 달래보자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소나무 아래서 조금의 명상을 하고, 그간의 힘듦을 정리했다. 한 층 개운해졌다.
숙소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노동자가 보였다. 화려함에 도취되어 사회의 밑바닥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밤의 해운대시장, 고즈넉한데 간판만이 빛나고 있다. 11.10
부산의 소고기국밥은 존맛탱이다.
동생원주민의 핫플, 해리단길을 찾았다. 부산의 모든 곳은 아름답게 낡아있었다. 번쩍거리는 빌딩이 즐비한가 하면, 어느 곳에서는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아름답게 녹여내어 있었다. 살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의 무채색과는 확연히 달랐다.
(구)해운대역, 기왓장이 탐났다
마음에 들었던 건물
해리단길의 한 카페, 컵과 접시가 참 아기자기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눈 시간이 가장 좋았다.
해운대의 거리를 걷다 만난 밴드. 옛 추억에 잠시 잠겼다. 즐거워 보였다. 옷 또한 탐났다.
시간의 흐름을 부여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썸머에겐 삼각대로서의 재능이 있다. 11.11
밀면, 감히 냉면과 비교해서는 아니된다. 차가운 면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밀면은 후르륵 후르륵 잘 먹었다. 살짝 나는 한약향이 더 좋았다. 그 외, 그림들. 소개는 생략하기로 한다. 확실한 것 하나는 해운대 앞 소나무 벤치가 그림그리기에는 딱이었다는 것. 사람들을, 그리고 보이는 모든 것들을 관찰하기에 제격인 장소였다. 그곳에만 앉아있다가 돌아온 것 같다. 물론 만족스럽다.
P.S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