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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장윤석 Nov 22. 2018

끄적임 다섯

사는 일에 잘났다느니 못났다느니 하는 표현은 삼가는 게 좋겠다

「개인적으로 ‘잘’과 ‘못’이 들어간 낱말은 어느 경우든 마뜩잖다. 사는 일이나 생김새를 두고 잘잘못을 가리려는 듯해서 그렇기도 하고, 재력이나 생김새를 잘나고 못난 것을 가리는 기준으로 삼는 것 같아 그렇기도 하다. (...) 사는 일에도 잘났다느니 못났다느니 하는 표현은 삼가는 게 좋겠다. 누구나 살면서 제 나름의 의미를 찾으니 그 의미에 ‘잘’이니 ‘못’이니 붙이는 거야 뭐라 할 수 없지만, 사는 일 자체에 붙일 건 못 되지 싶다.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라는 시구도 있지만, 내가 들은 것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죽지 못해 산다’뿐이다. 삶은 부여받는 것이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택할 수 있다면 죽음뿐이지만, 누구든 차마 그럴 수는 없는지라 죽지 않아서가 아니라 죽지 못해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삶을 끝내는 순간까지 그처럼 험한 선택은 되도록 하지 않고 마치 삶을 부여받았듯이 죽음 또한 그렇게 부여받기를 바라며 사는 것, 그게 잘 사는 것 아니겠는가.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고. (동사의 맛, 122p) 」 


매거진 제목으로 ‘잘 살아나가기 위한 끄적임’을 붙였었다. 굳이 과거형으로 표현한 까닭은 윗글을 읽은 후 (잘 살아나가기 위한)을 없애버렸기에 그렇다. 가득한 ‘잘’ 살고자 하는 욕심이 거치적거리는 걸 느꼈다. 우선 내려놓아야지. 그냥 사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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