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끄적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 장윤석 Dec 01. 2018

끄적임 일곱

벅참

간만에 느끼는 이 벅찬 감정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시리듯 외롭고 냉혹했던 요 며칠이 따스함으로 가득 차는 기분이다. 그리워만 하던 친구 다희가 거진 1년을 바친 공연이라며 초대해 공연을 다녀왔다. 올해 초 다희는 민속음악을 하기 위해 휴학을 했다고 했다. 나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그게 뭐길래 휴학까지 하고 젊은 날의 시간을 거리낌 없이 바칠 수 있는 걸까.  


다희의 공연은 이 질문에 답을 내보였다. 음악 실력은 물론이고 극의 기획부터 연출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계급적 한계가 그어진 현실에서 앓는 극 주인공을 통해 이 시대의 우리는 무엇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묻는다. 곳곳에 닿은 세심한 손길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났다. 난 정말 감동했다. 짤막하게나마 감동을 글에 꾹꾹 눌러담아 다희에게 보냈다.


답장이 왔다. 아마도 다희는 울음을 부둥키고는 타자를 꾹꾹 눌렀을 것이다.      


너무 벅차서 울어버렸어.
기쁘고, 행복해서.
나 잘 살았네.
이런 친구도 있고.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아마도 지금 이 순간만은 자신있게 '벗'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충만하다. 너무 충만해서 이 감정을 차마 시간에 빼앗겨버리기 싫다. 사무치게 외로웠던 지난날을 모두 녹여버리기로 했다. 복학을 마음먹었다. 돌아가기로 했다. 따스함이 남아있는 친구 곁으로.

   

다희와 전화하면서 울컥해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다희도 울컥하고, 나도 울컥하고. 우리는 둘 다 훌쩍였다. 무대 위에 선 다희를 보면서 나는 벅찬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해가며 살아가는 것이 참 멋있었다. 그 삶 속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흔적을 남기는 것이 진실로 세상을 움직이는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방구석에서 백날 머리를 굴려봤자 세상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되, 그것을 즐기며 신나게 살되, 불행과 고통을 벗들과 함께 나누며 세상을 바꾸어낼 마음을 품고 한 발짝 한 발짝 진보해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단지 그런 것이었다.

"인생은 원래 불행한 것이니, 다만 신나게 살라!"
- 김상봉, '호모 에티쿠스' 서문


매거진의 이전글 끄적임 여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