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아홉

자의식

by 노마 장윤석

정초부터 줄곧 아팠다. 정신을 차려보니 뭐가 망가진 것만 같다. 기력이 없고 존재가 무겁다. 요즘의 나는 그렇다. 그러고보면 나는 요즘의 자신을 기록하고 진단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다. 이게 자의식 과잉인가. 자의식 과잉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지금의 내 상태와 어울리는 단어인 것만 같다. 요즘은 아침에 벌떡 일어나지 않는다. 아홉 시 열 시 즈음 눈을 떠서 몇 시간이고를 생각만 하고 있다. 할 일들을 해나가다가 피곤해서 잠들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 잠을 청하며 몇 시간이고를 생각만 하고 있다. 모든 생각은, 사유와 사색의 활동들은 다다익선이라고 여겨왔거늘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이라는 게 나를 갉아먹는 것 같다. 가만히 누워 머리를 굴려내는 동안 생겨나는 것들이 나를 좋지 못한 어느 곳인가로 데려가는 기분이다. 습관처럼 켜버린 인스타, 흘긋 본 페북의 시사, 질투나는 브런치 작가들의 글,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가 드러나는 카톡, 끊지 못하는 웹툰 몇 개는 상한 재료와 같다. 끊임없이 나에 대하여 생각하며 나의 정신이 나를 잡아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몸을 움직여야겠다. 읽고 쓰는 것 말고 몸을 움직여야 이 생각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걷든 달리든 운동을 해야겠다.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생각만 줄창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 순간적인 깨달음이 이번 아홉번째 끄적임의 수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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