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
정초부터 줄곧 아팠다. 정신을 차려보니 뭐가 망가진 것만 같다. 기력이 없고 존재가 무겁다. 요즘의 나는 그렇다. 그러고보면 나는 요즘의 자신을 기록하고 진단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다. 이게 자의식 과잉인가. 자의식 과잉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지금의 내 상태와 어울리는 단어인 것만 같다. 요즘은 아침에 벌떡 일어나지 않는다. 아홉 시 열 시 즈음 눈을 떠서 몇 시간이고를 생각만 하고 있다. 할 일들을 해나가다가 피곤해서 잠들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 잠을 청하며 몇 시간이고를 생각만 하고 있다. 모든 생각은, 사유와 사색의 활동들은 다다익선이라고 여겨왔거늘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이라는 게 나를 갉아먹는 것 같다. 가만히 누워 머리를 굴려내는 동안 생겨나는 것들이 나를 좋지 못한 어느 곳인가로 데려가는 기분이다. 습관처럼 켜버린 인스타, 흘긋 본 페북의 시사, 질투나는 브런치 작가들의 글,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가 드러나는 카톡, 끊지 못하는 웹툰 몇 개는 상한 재료와 같다. 끊임없이 나에 대하여 생각하며 나의 정신이 나를 잡아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몸을 움직여야겠다. 읽고 쓰는 것 말고 몸을 움직여야 이 생각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걷든 달리든 운동을 해야겠다.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생각만 줄창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 순간적인 깨달음이 이번 아홉번째 끄적임의 수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