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훔치고 싶은 성장 목표는 ‘공부해서 남 주자’이다. ‘언바운드’(Unbound) 저자인 조용민 작가가 밝힌 그의 성장 목표이다. ‘언바운드’ 책 뒷부분에 그런 문구가 나오는데,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방망이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지식을 자기 것으로 확실하게 습득하기 위해, 이른바 '완전히 씹어서 삼키는' 수준으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캐는 구글코리아 마케팅 담당 상무, 부캐는 유명 강연자 이면서 저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강연이나 보너스 등으로 얻는 수익은 전부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내 삶 전체를 관통하던 ‘공부해서 남 주나?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라는 신념이 한순간에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랬다. 이제까지 나는 내가 잘되야 남도 도울 수 있다는 일차원적 생각에만 머물러 있었다. 남을 돕기 위해서는 내가 더 노력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해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나는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그의 성장목표를 제대로 훔쳐보기로 결심했다.
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나름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좋아서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공부를 잘하면 알게 모르게 주어지는 혜택도 많았고, 무엇보다 친구들이 은연중 날 인정해 주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꾸준히 공부를 잘해서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대학에도 들어가고, 대학 졸업 후 내가 가고 싶어 했던 좋은 회사도 갈 수 있었다. 살면서 큰 우여곡절도, 난관도 없었다. 그렇다고 큰 성공을 이루어 낸 것도 아니었지만 고만고만 평탄하게 살아오다가 2020년 초 코로나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졌다.
20여 년간 운영해 오던 회사가 코로나사태 이후 거의 반년 넘게 일이 끊겨서 더 이상 못 버틸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반강제적으로 실업자 신세가 되었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주위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잘 꾸려왔던 터라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내 인생 통틀어 처음 맛보는 실패였다. 그것도 삶 자체를 통째로 뒤집어 놓은 처절한 실패…
지금은 실패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늦은 나이에 새롭게 무언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처음 시작했던 광고대행사 일, 20여 년간 몸 담았던 광고/홍보영상 제작 일, 그리고 출판사 일까지 모두 합치면 거의 30여 년 동안 머리로 몸으로 익힌 것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다듬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제껏 알게 모르게 쌓아온 지식과 경험들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는 내가 더 깊이 알아야 하고, 더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한 가지 더 깨달은 건 한 분야의 전문가(specialist)의 길만 추구해 왔던 내 삶의 궤적을 냉철하게 재평가해 보고, 이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더 넓게 바라봐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대학 전공부터 내가 쌓아온 커리어 전반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은 늘 커뮤니케이션 분야 하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매스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파생된 일만 해왔고, 내가 쌓아온 지식, 경험, 스킬 모두 커뮤니케이션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사회나 직장이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춰야만 먹고살 수 있다는 강박이 초래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고 변화하는 현대 사회라는 물결을 뚫고 항해를 해 나가야 하는데 한 가지 전문분야에만 의지하여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익혀야만 중간중간 어려운 난관을 만나더라도 좌초되지 않고 목적지로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틈나는 대로 인문, 역사, 과학, 철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책을 통해 접해보고, 기회가 닿는 대로 최대한 많은 실전 경험을 쌓으려고 한다. 얼어붙어 있는 감각을 깨우고, 세상을 보는 관점과 사고의 폭을 최대한 넓혀야만 내가 목표로 하는 곳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성공한 이들은 여러 가지 점들을 의미 있는 선으로 연결함으로써 성공을 만들어낸다.
‘공부해서 남 주자’는 성장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나 또한 그렇게 해보리라 다짐해 본다.
메인 사진 : Unsplash의 Daniel Ts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