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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21. 2023

블랙프라이데이를 거부하는 브랜드

이름도 금요일이면서

미국을 필두로 이제는 세계적인 쇼핑데이로 자리매김한 11월 넷째 주 금요일 '블랙프라이데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도 블프대열에 합류한 지 오래이다. 


그래서 이맘때면 기업도 고객도 마음이 설레는데, 이러한 흐름에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를 하는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스위스 브랜드 <Freitag 프라이탁>이다. 재미있는 행사를 하여 글로 남겨본다.




프라이탁 '하와이파이브 오'. 가격은 160유로 (22만 원). (출처=직접촬영)


프라이탁을 처음 들어보신 분도 있겠지만 '낡고 지저분한 가방'이라고 하면 적어도 어딘가에서 한 번쯤 보신 적이 있을 거다. 나는 유학시절 동기들이 드는 것을 보고 '독일애들은 되게 검소하구나. 가방을 이지경이 되도록 쓰네'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그렇게 생긴 가방이라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었다.

 

제품들이 이렇게 지저분한 이유는 가방의 모든 소재가 재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외피는 화물차 방수포, 스트랩은 자동차 안전벨트, 테두리는 자전거 폐타이어 등 새것이 하나도 없다. 이처럼 프라이탁은 버려진 물건을 '업사이클링'하여 새 제품으로 탄생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특징 때문에 외피의 무늬나 스트랩 조합 등 똑같은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 모두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가방으로, 희소성이 올라가고 마니아층까지 단단히 형성되어 있다. 인기 있는 색상 조합은 심지어 오픈런이나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된다. 인기라인을 선점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아시아 고객들이다. 손이 정말 빠르다.




다가오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 프라이탁은 흥미로운 행사를 한다. 브랜드명도 금요일이면서 금요일을 거부한다니! (브랜드명은 창립자 형제의 성씨이자 독일어로 '금요일'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블랙프라이데이를 거부합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온라인 스토어와 모든 프라이탁 스토어(오프라인)의 계산대를 닫고, 우리의 가방을 판매하는 대신 무료로 대여해 주기로 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거부하는 프라이탁 (출처=freitag.ch)


이는 '소비의 날'을 맞아 고객들과 함께 프라이탁의 원래 정체성을 다시금 상기시키자는 의미로 보인다. 


프라이탁은 이 행사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우리는 대량 소비를 거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를 지지합니다. 대량할인의 날은 자원을 의식적이고 보호적으로 사용한다는 우리의 약속과 조화될 수 없습니다. 구매 대신 렌트를, 소유 대신 활용을 하세요 - 우리는 이것이 블랙프라이데이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소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문출처=freitag.de)


이렇게 타 기업들과 반대되는 행보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일종의 광고효과도 있으니 업체 입장에서 그다지 손해는 아닐 것 같다. 한국 스토어도 참여목록에 있다.

 



나는 프라이탁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막 들기에 좋고 스트랩이 굵은 가방'을 찾다가 우연히 쓰게 되었는데 장단점이 뚜렷했다. 단점으로는 착하지 않은 가격과 재활용품들의 냄새가 심해서 며칠 걸어두지 않으면 쓰기 어려운 점이었다. 또한 제품마다 무게와 상태가 제각각이라 실제 물건을 보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유일무이한 디자인이라는 점이 가방에 애착을 갖게 하고 쓰임이 직관적이고 어깨가 편하여 자주 들게 된다. 20개 넘는 나라를 여행하며 들었던 가방 중 개인적으로 프라이탁의 가방이 여행용으로서 가장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원래 지저분하니 오염이 되어도 슥 닦아주면 그만이었다.


모든 소비가 그렇겠지만, 업체가 어떤 방향을 지향하든 모든 불필요한 구매는 환경오염이자 낭비다. 프라이탁의 새 가방을 살 생각은 없지만 그들의 행사를 보고 나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리스트를 다시금 수정했고, 덕분에 100유로 이상의 소비를 줄일 수 있게 되었으니 그들의 행사로 좋은 영향을 받은 건 틀림없다.



제목 사진출처: freitag.ch

본문 사진출처: 직접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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