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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Oct 15. 2023

좋은 곳에서 왜 스트레스받아요?

해외생활 스트레스

인간사 이래 스트레스가 없던 적이 있었을까.


스트레스가 마치 현대인들의 산물인 것처럼 회자되지만 분명 원시시대에도, 우리 선조시대에도 있었을 것이다. 그게 어디든!


해외에서도 스트레스는 도처에 존재한다. 혹자는 공기 좋고, 남 신경 안 쓰고, 갈 데도 많고, 야근 적은데 뭐가 걱정이냐 하겠지만 해외살이의 스트레스는 내 나라(이 글을 보시는 독자분들의 고향이 한국이 아닐 수도 있으니 내 나라라고 지칭한다)에서 겪던 것과 약간 결이 다르다. 


이 글에서는 원인만 다루고 있으니, 이면에 있는 장점이나 해소법은 이어지는 글에서 다뤄볼 생각이다. 



해외생활은 빛보다 어둠과 싸워야 할 일이 많다



# 외국어의 늪에서 나올 수 없다.

아무리 현지어를 잘하고 생활언어가 되어도 '모국어로만 풀 수 있는 마음속 깊은 답답함'은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어로 속 시원히 한 마디면 해결될 것, 서로 눈만 봐도 이해가 될 것들이 안 되고, 싸울 때도 감정을 누르고 이게 논리적으로 맞는 문장 구성인지 생각을 하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져서 화병이 날 것 같다. 특히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초반에는 더하다. 



# 행정처리가 당신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독일보다 느린 나라들도 있다고 하지만, 빨리빨리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온 우리 눈에는 온갖 것들이 주토피아의 나무늘보 그 자체다. 느려도 정확하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심지어 실수도 꽤 많다. 특히 비자예약이 안 잡히는 건 독일에 정착하려는 모든 외국인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아무리 디지털화가 많이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현장방문과 수기서명이 없으면 처리 자체가 불가한 게 독일의 행정이다. 한국에서 10분 만에 가능한 은행계좌 개설은 열흘, 10초 만에 확인되는 은행송금은 2-3일 걸린다 (그마저도 주말이 걸리면 올 스톱이다). 참, 일요일에 마트 문을 안 여니 토요일에 장 못 보면 하루는 굶자.



# 세금과 멍청비용이 당신을 기다린다.

독일은 세금의 나라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연금보험, 보험료 등 안 높은 게 없다. 물가 비싸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보다 세율이 높으며 연봉이 세전 약 8000만 원을 넘어가면 월소득세만 45%에 달한다. 8000만 원 이하여도 거의 40%(미혼싱글기준)가 빠져나가니, 세전 연봉은 그저 허상이라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해외에 살면 어리바리 법을 잘 몰라서 연체되는 금액이나 벌금, 혹은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멍청비용도 잊어버릴만하면 당신의 주머니를 털어간다.  



# 차별은 덤으로 받는 옵션이다.

인종차별은 분명 잘못됐다. 어떠한 방식과 표현이든 그게 '차별'을 의도했다면 잘못된 행동이다. 해외에 살면 차별을 당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혹시 외국인을 언제 어디선가 차별(혹은 인종차별) 한 적이 없었는지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차별을 당할 때마다 상대가 이렇게 일말의 반성이라도 하길 바라지만,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지 않나. 자국에 살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외국인에게 한 차별은 차별인 줄도 모르기 쉽다는 것. 이젠 그 타깃이 내가 되는 것이다.




해외라는 특수성에서 오는 이러한 스트레스는 나 혼자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해결방법이 없기에 조금씩 쌓이다가 어느새 눈덩이처럼 커져 폭발한다. 그러나 그 폭발의 피해도 역시 내가 입기 때문에, 이것을 지혜롭게 조금씩 이겨내서 쌓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사진출처: 엘라 리



P.S.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회수 10000을 넘긴 글이 나오고, 제 스토리를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구독자분들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진솔한 글을 써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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