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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에서 왜 스트레스받아요?

해외생활 스트레스

by 가을밤

인간사 이래 스트레스가 없던 적이 있었을까.


스트레스가 마치 현대인들의 산물인 것처럼 회자되지만 분명 원시시대에도, 우리 선조시대에도 있었을 것이다. 그게 어디든!


해외에서도 스트레스는 도처에 존재한다. 혹자는 공기 좋고, 남 신경 안 쓰고, 갈 데도 많고, 야근 적은데 뭐가 걱정이냐 하겠지만 해외살이의 스트레스는 내 나라(이 글을 보시는 독자분들의 고향이 한국이 아닐 수도 있으니 내 나라라고 지칭한다)에서 겪던 것과 약간 결이 다르다.


이 글에서는 원인만 다루고 있으니, 이면에 있는 장점이나 해소법은 이어지는 글에서 다뤄볼 생각이다.



20231001_114552343_iOS.jpg 해외생활은 빛보다 어둠과 싸워야 할 일이 많다



# 외국어의 늪에서 나올 수 없다.

아무리 현지어를 잘하고 생활언어가 되어도 '모국어로만 풀 수 있는 마음속 깊은 답답함'은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어로 속 시원히 한 마디면 해결될 것, 서로 눈만 봐도 이해가 될 것들이 안 되고, 싸울 때도 감정을 누르고 이게 논리적으로 맞는 문장 구성인지 생각을 하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져서 화병이 날 것 같다. 특히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초반에는 더하다.



# 행정처리가 당신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독일보다 느린 나라들도 있다고 하지만, 빨리빨리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온 우리 눈에는 온갖 것들이 주토피아의 나무늘보 그 자체다. 느려도 정확하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심지어 실수도 꽤 많다. 특히 비자예약이 안 잡히는 건 독일에 정착하려는 모든 외국인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아무리 디지털화가 많이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현장방문과 수기서명이 없으면 처리 자체가 불가한 게 독일의 행정이다. 한국에서 10분 만에 가능한 은행계좌 개설은 열흘, 10초 만에 확인되는 은행송금은 2-3일 걸린다 (그마저도 주말이 걸리면 올 스톱이다). 참, 일요일에 마트 문을 안 여니 토요일에 장 못 보면 하루는 굶자.



# 세금과 멍청비용이 당신을 기다린다.

독일은 세금의 나라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연금보험, 보험료 등 안 높은 게 없다. 물가 비싸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보다 세율이 높으며 연봉이 세전 약 8000만 원을 넘어가면 월소득세만 45%에 달한다. 8000만 원 이하여도 거의 40%(미혼싱글기준)가 빠져나가니, 세전 연봉은 그저 허상이라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해외에 살면 어리바리 법을 잘 몰라서 연체되는 금액이나 벌금, 혹은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멍청비용도 잊어버릴만하면 당신의 주머니를 털어간다.



# 차별은 덤으로 받는 옵션이다.

인종차별은 분명 잘못됐다. 어떠한 방식과 표현이든 그게 '차별'을 의도했다면 잘못된 행동이다. 해외에 살면 차별을 당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혹시 외국인을 언제 어디선가 차별(혹은 인종차별) 한 적이 없었는지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차별을 당할 때마다 상대가 이렇게 일말의 반성이라도 하길 바라지만,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지 않나. 자국에 살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외국인에게 한 차별은 차별인 줄도 모르기 쉽다는 것. 이젠 그 타깃이 내가 되는 것이다.




해외라는 특수성에서 오는 이러한 스트레스는 나 혼자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해결방법이 없기에 조금씩 쌓이다가 어느새 눈덩이처럼 커져 폭발한다. 그러나 그 폭발의 피해도 역시 내가 입기 때문에, 이것을 지혜롭게 조금씩 이겨내서 쌓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사진출처: 엘라 리



P.S.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회수 10000을 넘긴 글이 나오고, 제 스토리를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구독자분들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진솔한 글을 써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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