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일종의 생활철칙 같은 미신이 있다.
'행동 순환의 법칙'이라고 이름붙인 이 철칙은 나쁜행동이든 착한행동이든 모든 행동은 주어진 할당량 속에서 순환하여 내가 한 만큼 나에게 돌아온다는 법칙이다.
이유없이 타인을 비난하고 매도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상대가 꼭 복수하지 않아도 인생에서 다른 형태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길가에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거나 다 먹은 컵을 벤치 뒤에 몰래 놓고 가는 '특정 타깃이 없는 비도덕적인 행동'조차 언젠가는 다른 형태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만약 이번 생에 돌려받지 않으면 사후세계(있다는 가정 하에) 혹은 다음 생애에서 다른 형태의 벌로 돌아올거라 생각한다.
반대로, 좋은 행동 역시 순환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신호등을 잘못보고 가시는 노인분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 기다리고 양보해드리면 언젠가 나도 익명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다. 꼭 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종류의 좋은 일을 하면 그 자체로 일상의 분위기를 바꾸고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느낌이 든다.
독일에서의 생활은 한국과 정서나 문화가 많이 다르기에 베풀어놓고 괜히 후회하거나 기대보다 낮은 상대방의 행동에 크고작은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화풀이를 하거나 독일인 전체를 매도하여 '현재의 내가 있는' 이 사회를 미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혹시나 마음이 그렇게 흐를땐, 그래도 어딘가엔 정의와 진실이 살아있을거란 생각을 하며 나를 잃지않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상대에게 베풀고 그것이 돌아오지 않음을 탓하지 말고, 베풀 수 있음에 의미를 두자.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오직 나 자신 뿐이니, 상대가 내 귀인이 되어주길 기대말고 내가 상대의 귀인이 되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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