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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Dec 06. 2023

독일 아우스빌둥 이것만은 꼭 기억하세요

아우스빌둥의 모든 것

독일은 소위 '공부하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학비가 없거나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아우스빌둥'처럼 꼭 대학이 아니라도 원하는 진로를 찾아갈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항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독일대학이 모두 공짜는 아니다. 국립대 일반학과들은 학생증+교통카드 명목으로 소액의 학비를 지불하는데, 약 60만 원 남짓이기에 공짜나 다름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립대라도 음대와 같은 예체능 계열은 1000-2000유로 이상의 학비가 있는 곳도 있다. 또한 사립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기 당 수백만 원의 학비가 있다.


아우스빌둥(Ausbildung)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독일의 교육시스템 중 하나로, 한국에도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 조명되어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독일유학을 꿈꾸는 분들 중 아우스빌둥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전 숙지하면 좋을 사항이 있어 적어본다.




# 아우스빌둥의 정의

아우스빌둥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견습' 즉 수습(직원)이다. 독일에서는 아우스빌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이란 지식이나 기술을 개발시켜 이를 완료하면 특정 능력을 갖추고 직업을 맡을 수 있는 교육방법으로, 일반 학교교육 이외에 직업교육이나 대학에서의 학업도 포함된다."

(출처= wirtschaftslexikon.gabler.de)


이 정의만 보면 마치 대학학위를 따는 것이 아우스빌둥의 하위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여기서 말하는 '대학에서의 학업'은 학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회사와 학교를 다니면서 교육받는 것'을 뜻한다. 아우스빌둥의 목적은 특정 능력을 갖추고 직업을 가지는 것이다. 즉, 특정 직업을 타깃으로 실제 업무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데 집중되어 있는 프로그램이며 회사를 통해 지원한다.


# 아우스빌둥 직군

아우스빌둥을 통해 갈 수 있는 직군은 매우 다양하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전문지식보다 손기술이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은 거의 다 존재한다.


자동차 정비공, 일반 사무직, 판매원, 영업직원, 전기기술자, 물리치료사, 경찰관, 요양사, 응급구조원, 의료계 숙련자(조무사, 치위생사 등), 보육교사 등 종류만 수 백가지에 이른다.




# 아우스빌둥 조건과 기간

외국인으로서 아우스빌둥을 시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독일어다. 대부분의 아우스빌둥이 전면 독일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어도 독일어 실력을 B2이상 갖추어야 한다(독일어 레벨은 A1, A2, B1, B2, C1, C2가 존재하며 C1부터는 대학진학에 무리가 없다). B2는 공식적으로 '직업 독일어' 수준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당연히 아우스빌둥 기간 동안에 독일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비자(체류증)도 발급받아야 할 것이다.


아우스빌둥의 기간은 평균 2-3년이며 수습생들을 'Auszubildende(아우스쭈빌덴데, 줄여서 아쭈비)'라고 부른다. 아쭈비들은 일주일에 평균 35-40시간을 근무할 수 있는데 3년 내내 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출근 6개월 교육 2개월과 같이 일하는 기간과 교육받는 기간이 나눠진다.


직업자격을 증명하는 일종의 적성테스트만 통과하면 아쭈비가 되기 위한 장벽은 없으며, 한국에서 가는 분들은 적어도 수능까지 마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두 아쭈비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수능성적이 없어도 지원가능한 곳도 있으므로, 직군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중요하다. 아무튼 이렇게 장벽이 낮기 때문에 독일인 아쭈비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그 이상의 연령대도 있지만 압도적으로 적다).

 



(좌)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 (출처=직접촬영) / (우)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 메인동 (출처=unsplash)


# 아우스빌둥 vs 대학진학

표면적인 차이를 언급하면 아우스빌둥은 '현장과 가까운' 교육인 데 반해, 학업은 '이론과 시험 위주의' 교육이다. 대학은 학사일정에 맞춰 공강기간이나 방학이 있는 반면, 아우스빌둥은 방학이 없고 일반 직장인들처럼 휴가를 써야 한다. 즉 흔히 말하는 대학생활이나 캠퍼스라이프가 없다.


두 번째 차이로 대학에서의 학업은 '지적(知的) 커리어'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반면, 아우스빌둥은 한계가 있다. 대학에서의 학업은 그 자체로 '직업교육'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아우스빌둥보다 다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며 실직의 위험도 낮다. 뿐만 아니라 직종과 직급에 따라 입사 혹은 승진조건이 '대졸자 이상'인 자리도 있는데, 이런 직군에 아우스빌둥 졸업자는 지원 자체가 불가하다.


다음으로 가장 현실적인 이유, 월급에서 차이가 난다. 직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년 차엔 1000유로(140만 원) 이하, 2년 차엔 1000유로대 초반, 3년 차엔 1200-1300유로(182만 원) 수준이다. 월급만 놓고 보면 독일 일반 대학생들의 인턴십 월급과는 큰 차이가 없지만, 졸업자들(학사)의 평균 월급이 3300유로(460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결과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참고로 미혼 싱글의 소득세는 35-37%이므로 460만 원 월급에 실수령액은 약 290만 원 선이다.


프랑크푸르트나 함부르크, 뮌헨과 같이 생활비 비싼 도시는 원룸 월세만 1000유로가 넘기에 아쭈비의 월급만으로는 생활에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아우스빌둥을 시작하기 전 앞으로 최소 3-4년 간 경제적으로 뒷받침할만한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 독일 어린 친구들 중 이러한 이유로 독립을 미루고 부모님 집에 살며 아우스빌둥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우스빌둥을 선택하는 이유는 실무에 가장 빠르게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업기간에는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우므로 보다 빨리 돈을 벌고자 하는 동기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더 좋다는 판단은 각자가 하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직군을 정하는 게 좋다. 법률가, 의사, 교사, 엔지니어, 심리학자 등 필수적으로 학위를 요구하는 직군이라면 무조건 대학진학을 해야 한다.


오직 커리어의 가능성 및 선택지의 폭만 놓고 봐도 대학진학이 유리하다. 이러한 다수의 이유들로 대학진학을 선택하는 학생 비율이 꾸준히 늘고있는 실정이다.


2000-2022 독일대학 신입생 추이 (출처=de.statista.com)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직접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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