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이란 무엇일까
결혼이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이랑 평생 합법적으로 같이 있을 수 있는 것? 자녀를 낳을 법적인 울타리가 생기는 것?
결혼을 해보니 어떤 긴 문장의 정의보다 이 한 단어로 설명되었다. '결혼생활'.
그렇다, 결혼은 생활 그 자체이다. 결혼을 기점으로 갑자기 어떤 꽃밭이 펼쳐지거나, 무뚝뚝한 남자가 로맨티시스트로 변하거나 하는 극적인 변화는 없다. 결혼을 해도 안 해도 하루는 24시간이고 하루 세끼 밥 먹고 잠자는 건 똑같다.
그러나 작지만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오는 변화가 있지 않은가. 바로 내 연인이 갑자기 24시간 옆에 있게 되는 것! 그것도 며칠이 아니라 어쩌면 평-생.
결혼생활을 20년, 30년, 길게는 50년 이상 하신 대선배님들의 연륜을 따라갈 순 없지만 내가 느끼는 결혼생활은 '이해가 죽어도 안될 것 같은 것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과정'인 것 같다.
왜 저 사람은 치약을 중간부터 짜지? 에서 - 저 사람은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구나 로.
왜 저 사람은 빨래를 빨래통에 걸쳐놓지? 에서 - 그러면 내가 빨래통에 넣어줘야겠다 로.
왜 저 사람은 의자 아래는 청소기를 돌리지 않지? 에서 - 의자 아래도 해달라고 말해야겠다 로.
왜 저 사람은 자꾸 해결책만 얘기하지? 에서 - 해결책을 제시해 주니 문제가 빨리 해결돼서 좋다 로.
물음표가 붙은 '왜' 투성이었던 것들이 '그렇구나'와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겠다'로 바뀌고 있다. 사실 물음표였을 시절에도 그게 문제는 아니었다. 단지 두 사람의 다른 특성이 만나 마치 문제처럼 느껴졌을 뿐.
물음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도 없지만, 반대로 문제가 아니기에 해결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삐걱대고 갈리면서 시간이 흐르며 점점 맞아 들어가는 톱니바퀴처럼, 결혼생활은 인생이라는 틀 안에서 상대방과 나를 끊임없이 이해해 가는 시간인 것 같다. 멋진 예술 작품처럼 완벽할 필요도 없고, 완벽할 수도 없다.
여기에 덧붙여 내가 결혼생활에서 신경 써서 잊지 않으려고 하는 점은, 가족이 되었다고 해서 '상대방이 무조건 모든 것을 다 해줘야 하는 의무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부탁할 때는 명령조가 아니라 '~해줄 수 있어?' 혹은 '~해줬으면 좋겠어'와 같이 말하고, 다툴 때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게 아닌 '내 감정표현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은 상대방의 몫이다. 나에게 직접적인 가해를 주는 게 아닌 이상 아내와 남편의 자격을 얻었다고 하여 상대방의 행동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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