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의 아침이 설렜던 이유

Pastel de Nata

by 가을밤

포르투에서 맞이하는 매일 아침 우리 맘을 설레게 했던 게 또 있으니 'Pastel de Nata(파스텔 드 나타)', 에그타르트다. 아침에 가볍게 커피 한잔과 타르트 하나, 혹은 점심과 저녁식사 사이 출출할 때 차와 함께 먹는 타르트는 떠올리기만 해도 크림의 풍미가 입안을 감싸는 느낌이다.


포르투갈어의 Pastel은 페스트리(타르트), Nata는 크림을 뜻하므로 직역하면 크림타르트다. 크림이 계란베이스이기 때문에 에그타르트이며, 알아듣기 쉽게 '나타'라고 부른다. 마카오 에그타르트의 원조다.




솔직히 나는 크림류 간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떡이나 시리얼 같은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이 뚜렷한 음식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밥도 알알이 살아있는 통곡물이나 현미밥이 좋다. 그래야 뭐 좀 먹었다는 기분이 든다. 칼로리는 높으면서 입에 넣으면 사라져 버리는 크림은 나에게 가성비가 별로인 음식이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며 부쩍 크림이 들어간 간식을 접하게 되었다. 한국음식 중 단팥빵, 크림빵 그리고 앙금 가득한 증편(기주떡)이 최애음식인 남편을 수년 째 보고 있자니, 이젠 크림이 정말 맛있어 보이는 '크림라이팅'을 당하는 것 같다. 어쨌든 포르투 여정도 남편의 에그타르트 사랑으로부터 시작했다. 마침 이웃분께서 우연히 추천해 주신 포르투갈산 마트 타르트가 남편 입맛에 쏙 들었던 것이다.


포르투 시장에서 만난 에그타르트 (출처=직접촬영)


예상한 대로 포르투갈은 에그타르트의 천국이었다. 호텔부터 골목, 도심 구석구석까지 타르트를 굽는 베이커리가 즐비했다. 유명세만 있는 간식이 아니라 많은 현지인들이 실제로 나타를 즐기고 있었다. 커피 한 잔에 나타 한두 개. 모든 손님들의 단골 주문 메뉴였다.




우리의 나타 맛집 고르기 여정은 일일 과제 같았다. 맛집 검색을 따로 안 하기에 길 가다가 그냥 맘에 드는 나타집이 있으면 냅다 들어가서 하나씩 먹었다. 그중에서 이 집의 타르트가 가장 위험했다. <Nata Lisboa>라는 리스본 본사의 나타 체인점인데, 너무 맛있었다. 페스트리는 따뜻하고 바삭했으며, 크림은 느끼함 없이 달지도 않고 담백했다. 다소 진한 아메리카노와 먹으니 이보다 더 나은 조합이 없었다.


이대로 먹다간 나타 크림이 그대로 뱃살에 옮겨 붙을 것 같아, 과식하지 않도록 정신을 잘 붙들어야 했다.


나타 리스보아의 에그타르트와 커피. (출처=직접촬영)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 크림 양에 김치 한 점 생각났을 법도 한데, 포르투의 나타는 괜찮았다. 먹으면 먹을수록 풍부한 느낌이 들고, 브랜드마다 상점마다 다른 맛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었다. 만약 커피가 진하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약속이나 한 듯 포르투에서 마신 모든 커피는 굉장히 진해서 마치 카페인 수액을 맞는 느낌이었다.


만테가리아 나타공장 카페 (출처=직접촬영)

'나타공장'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 브랜드 <Manteigaria>는 직영 카페도 함께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 나타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지는 본사에서 납품되는 것 같았고 매장에서는 크림만 채워 쉴 새 없이 구워댔다. 이름처럼 영락없는 타르트 공장인데, 찍어내기 무섭게 팔리니 공장 운영할 맛이 나겠다.




나타 그리고 아아. 뜨거운 커피에 얼음을 3개 띄워주니 미지근해졌다. (출처=직접촬영)


포르투에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배고픈 틈을 채워줬던 나타.

지점마다 맛은 달랐지만 모두 독일에서 먹었던 것보다 몇 배는 맛있었다. 심지어 독일에서 산 것도 포르투갈산이었는데 말이다. 사람도 원래 살던 곳을 떠나면 변하고 새 환경에 맞춰지듯, 음식도 원래 탄생한 곳에서 먹었을 때 가장 본연의 맛을 내며 빛이 나는 것 같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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