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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Jan 03. 2024

맛집 검색 전 잠시 생각해 보세요

나는 '검색'을 참 좋아한다. 구글과 네이버, 그리고 다음은 내가 가장 많이 접속하는 플랫폼이다. 

맛집, 여행지, 교통편, 법률정보 등 모든 정보를 검색한다.


검색이 이토록 생활화된 이유는 정보를 얻기 위함도 있으나 반대로 의도적으로 피하기 위함도 있다.




검색으로 추출되는 홍수 같은 정보를 보고 있으면, 종이에 물이 스며들듯 생각이 점점 지배되는 느낌을 받는다. 손끝과 시선을 따라 흘러들어온 정보들은 수많은 선택지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내면의 자유 그리고 선택의 기회를 박탈한다. 


베를린 단기 여행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미식 여행인지라 식당 위주로 동선을 짜려고 한다.

'베를린 맛집'으로 검색하니 케밥, 슈바인학센, 슈니첼 맛집 등 수많은 식당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순식간에 베를린 핫플레이스 식당 리스트와 동선이 완성되었다. 아쉽지만 못 들르는 식당도 있다. 아무도 그곳에 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놓친 기분이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 나는 진심으로 케밥을 먹고 싶은가? 나는 정말 슈바인학센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혹시 '유명하니까', '방송에 나온 곳이라서' 혹은 '인플루언서나 유명 유튜버가 들른 식당이라' 가고싶은 건 아닐까?


대상이 해외가 아니어도, 굳이 맛집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선택의 기준은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하다. 게다가 먼 거리의 자주 오지 못할 장소를 방문한다면 더욱이 실패하는 선택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에 십분 이해가 된다.


다만, 대상이 무엇이든 타인의 시선으로 선택된 것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익명의 타인의 시선에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식당 리뷰에 한국어도 없고, 어느 블로그나 방송에 나온 후기도 없는 식당을 찾았다고 하자. 이곳을 방문 리스트에 넣기 전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이렇게 유명하지 않은데 여기서 먹어도 될까?'

'한국인이 한 명도 안 왔던 곳인데 맛이 있을까?'

'돈 날리는 건 아닐까? '


오직 나만의 취향으로 골라냈던 식당은 이 과정에서 결국 최종 여행지에 리스트업 되지 못한다. 그렇게 나만의 고유한 자율성과 취향도 함께 종적을 감추게 된다.




그렇다고 30년 전처럼 인터넷 검색 없이 떠나는 건 불가능하며, 그건 오히려 무모함에 가깝다. 따라서 충분히 다양한 정보를 살펴보되, 남들의 행적이나 의견을 무작정 따라갈 게 아니라 다시 '자신의 시선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평생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뒤만 쫓는 인생이 될 수 있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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