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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Jan 08. 2024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은 좋은 사람인가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유럽 남성이 있다고 가정하자. 키도 크고 인물도 소위 호감형이다. 만약 이 사람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기 계발 혹은 커리어 코칭을 한다면 여러분은 얼마나 신뢰할 것인가?


'코칭 방법과 결과가 제일 중요하지'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실지 모르나, 실제로 이런 사람이 눈앞에 짠 하고 나타나도 지금과 같이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한국어를 잘하는 백인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70점 정도 주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국뽕멘트까지 장착한 사람이라면 10점 더, 만약 방송에 한 두 차례 이상 나왔던 인물이면 신뢰도는 100에 가깝게 수직 상승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반 외국인을 띄워 스타를 만들어버리는 미디어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누가 그렇게 순진하고 쉽게 속아 넘어가?라고 하실지 모르나, 사람은 생각보다 냉철하지 않고 기대만큼 이성적이지 않으며, 많은 결정을 직관적으로 한다. 게다가 '내가 겪어보지 못했지만 은근히 동경하던 세계'에서 온 대상에겐 더 관대한 평가를 내린다. 그래서 소위 이러한 '이미지 장사'가 먹히는 것이다. 팬심을 쟁취한 당사자는 자신을 우상화시키고 그것을 이용해 열정페이 강요도 서슴지 않는다. 글을 쓰는 나는 떠오르는 인물이 있으나,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니므로 이름을 언급하진 않겠다. 만약 여러분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그 인물을 대입해 보시기 바란다.




'한국어 잘하고 한국을 사랑하는 호감형 유럽인' 이미지까지 구축했다면 이제 거기에 상품판매를 위한 포장지를 입힌다. "헤드헌터들이 앞다투어 모셔간 인재, 펀드매니저, 대기업 마케팅 팀장" 등 아주 그럴듯한 타이틀로 이력을 채우고 상품을 기획한다. 스펙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어차피 이미지에 현혹된 고객들은 사실여부를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 '매일 10분으로 성공을 거머쥐기', '100일 만에 꿈 이루기' 등 제목만 들으면 누구나 혹할 강연 및 프로그램을 수백만 원에 판매한다. 누가 그 돈을 주고 참여할까 싶지만 이미 신뢰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연다.


마트에서 고작 1000원 차이나는 물건은 브랜드부터 양, 성분까지 낱낱이 따져보고 사면서 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실체 없는 상품은 제대로 따져 보지도 않고 결제버튼을 누르는가? 같은 한국인끼리 소개팅할 때는 학벌, 직장, 키, 외모, 집안, 부모의 재력까지 다 보고 결정하면서 왜 외국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사귀고 보는가? 문화 사대주의는 비판하면서 정작 서양 딱지 붙으면 비판 없이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나는 무려 10년 넘게 봐왔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꾸준히 비슷한 사례를 본다).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국뽕 마케팅을 하는 외국인 추종 현상을 주로 언급했지만, 사실 같은 국적이라도 달콤한 말 혹은 검증되지 않는 스펙을 내세우는 사람은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대상을 볼 땐 일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고가의 돈을 지불하고 무형의 가치를 얻는 상품이라면 국적이니 외모니 하는 딱지 다 떼고 - 실제로 그럴만한 사람인지, 허풍으로 펌핑된 스펙을 내세우는 건 아닌지, 적어도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을 서류 혹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 근거 없이 누군가를 우상화하고 추종하는 건 사이비종교나 다름없으며 잘못하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소중한 시간과 노동을 무료로 바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눈앞에 보이는 돌이 수면 위에 동동 떠있는 돌멩이인지, 아니면 뿌리 깊게 단단히 버티고 있어서 내 앞길에 도움을 줄 돌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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