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구글지도에 족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위치통계는 핸드폰에 '내 위치 허용'을 켜놓아야 가능한데, 그전에는 왠지 어디에 흔적이 남는 게 썩 유쾌하지 않아서 껐다 켰다를 반복하니 제대로 기록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족적을 남기는 이유는 일 년이 지난 후 내 행적을 돌아보기 위함도 있고, 이전에 갔는데 좋거나 별로였던 장소를 언제든 다시 찾아보기 위해서다. 아무튼 구글에게 내 정보를 주는 셈이지만 나도 이득이 있으니 윈윈이라 생각한다.
작년에 내가 방문한 국가는 총 6개(실제 8개), 첫 방문 장소는 아마 100개 정도일 텐데 이전 기록이 없어서 죄다 첫 방문으로 찍힌 것 같다. 아무튼 참 잘 다녔던 한 해였다. 독일 북부서 차 끌고 덴마크 가고, 독일 북부에서 남부 그리고 스위스에 걸쳐 출장도 정기적으로 다녔고, 등산하러 국경 넘어 리히텐슈타인에 가기도 했으며, 그와 별개로 틈틈이 가족과 유럽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돌았다.
독일에 산 이래로 만나는 사람마다 '너 역마살 낀 거 아니냐'고 물을 정도로 이동과 이사가 잦은 삶을 살고 있지만 사실 나는 독일에 오기 전 한국에서도 이사를 많이 했던 터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가끔은 고되지만 대체적으로 힘듦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
참 다사다난했고 즐거운 시간, 슬픈 시간, 예기치 못한 사고로 다소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견디지 못할 사건이나 추억하기 싫은 순간이 없었던 걸 보면 나름 만족스럽게 보낸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꾸준히 족적을 남길 예정이며, 되도록이면 다양한 장소가 기록에 남았으면 한다. 여러 장소를 방문한다는 건 나와 내 가족, 혹은 친구 등 주변 사람들 모두 건강히 지낸다는 간접적 방증일 수 있다. 그 사람들과 함께, 혹은 그들을 만나기 위해 국경 넘어 먼 거리를 다녔다는 얘기니까.
어떻게 채워질지 모르는 시간이지만 다시 일 년이 지나고 돌아봤을 때 지금처럼 '참 잘 다녔고 모두 무탈해서 다행이다'는 말을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