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을 하다 보면 거북목 증후군이 자연 치유된다. 왜냐하면 산이나 하늘과 같이 자연을 올려다볼 일이 많기 때문이다. 깨끗한 하늘, 어떤 색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푸르름, 그리고 견줄 것 없는 압도적인 규모 등, 이 모든 것이 나를 둘러싸고 있으니 고개를 들지 않고 지나칠 수 없다.
여기엔 알프스가 한몫을 하는데 알프스 산맥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도 '융프라우'는 대부분 알고 계실 거다. 하지만 나와 우리 가족이 입을 모아 선택한 곳은 융프라우가 아닌 바로 여기,
Matterhorn 마터호른이다.
마터호른은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 남부 소도시 체르마트(지난 스토리 빙하특급열차 탑승지)에서 오를 수 있다.
체르마트는 규모가 매우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마터호른을 끼고 있는 절경 덕분에 신혼여행지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아시아 관광객 중에서는 특히 일본인들이 많았다.
마터호른에 손쉽게 오르려면 'Gornergrat3089(고르너그라트 3089) 열차'를 탑승해야 한다. 체르마트 중앙역 바로 맞은편에 고르너그라트 전용 역이 있다. 고르너그라트는 마터호른 근처 산악 마을 이름이며 해발 3089m에 있다. 열차가 그곳까지 가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터호른도 사실 융프라우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관광지이기에 일 년 내내 방문객이 많다. 융프라우는 설산을 보러 간다면 마터호른은 '직접 하이킹'을 하러 오르는 등산객들이 많다. 이곳 체르마트 탑승지에서 탈 때는 기차 운행방향의 오른쪽에 앉는 것이 좋다. 오른쪽이 어딘지 헷갈린다면, 역에서 마터호른이 보이는 방향이 가치의 운행방향이다.
고르너그라트 반(Bahn: 기차)의 가격은 시즌마다 변동되는데 날씨가 따뜻한 6, 7, 8월이 가장 비싸고 최소 편도 50.50프랑부터 시작한다. 스위스트래블패스가 있으면 반값으로 할인된다.
마터호른을 온전히 볼 계획이라면 필히 날씨가 맑은 날 열차를 타야 한다. 날이 조금만 흐리면 곧바로 마터호른 봉우리가 모습을 감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흐린 날에 갔더라도 좌절하지 말자. 그 또한 여행의 일부이며, 대부분의 사람은 보지 못한 의외의 절경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기차 오른편에 탔다면 운행하는 내내 마터호른을 미리 '찍먹'할 수 있다. 산이 없더라도 아기자기한 마을을 보는 재미도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예쁜 마을을 사진에 담으며, '하지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함께 했다. 막상 거주지는 편의시설 많은 곳을 선호하면서 여행은 정 반대로 가니, 사람맘이 참 간사하다.
하이킹 혹은 충분히 걸을 준비를 하고 왔다면 '고르너그라트 전 역'에서 내려도 좋다.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산책 길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종점인 고르너그라트 역에서 하차했다. 역 주변에는 기념품샵과 푸드코드가 있는 천문관측소가 있으며, 그 주변 전체를 마터호른 능선이 둘러싸고 있다.
고르너그라트 열차 표에 'Nudeln(누들)'이라는 표시가 있으면 역사 매점에서 신라면을 먹을 수 있으니 이점도 참고하자. 누들 스탬프를 받으려면 표 구매 시 쿠폰을 함께 제시해야 하며, 쿠폰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마터호른을 손에 닿는 거리에서 보고 싶다면 봉우리 쪽을 향해 약 20분 정도 걸으면 된다. 돌이 많고 길이 단단하므로 등산용 신발을 신는 게 좋다.
여행계획 당시 우리는 융프라우 방문을 기다렸던지라 마터호른은 솔직히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보니 어울리는 단어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소름이 돋았던 건, 융프라우가 아니라 마터호른이었다. 대자연 속 인간은 한낱 작은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기꺼이 인간을 위해 품을 내어 준 자연에게 감사한 시간이었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