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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구경은 이곳으로 종결

by 가을밤

독자분들께선 여행 목적지를 정할 때 어떤 기준으로 정하시는지 궁금하다.

나는 무작정 새로운 장소가 궁금해서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특정 랜드마크나 명소를 방문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랜드마크의 종류는 다양한데 랜드마크로 쓰이는 단골 조형물 중 하나가 바로 '분수'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탈리아 로마 트래비 분수, 약 140미터 규모를 자랑하는 스위스 제네바 제트분수 등이 그 예시다. 우리도 여태 여러 나라와 장소에서 분수를 구경해왔지만 이곳을 만나고는 다른 곳의 '물 관련 랜드마크'는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큰 인상을 받아서 소개하고자 한다.


20231001_120907950_iOS.jpg 스위스 제네바 호수의 제트분수. (출처=직접촬영)




그곳은 바로 스위스 베른 주에 위치한 Lauterbrunnen(라우터브룬넨)이다. 라우터브룬넨은 한국분들에게 인기가 좋은 인터라켄과 그린덴발트 중간에 위치한 인구 2600명 남짓의 소도시로, 알프스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계곡 바닥에 위치하여 마을 전체를 깎아지른 절벽들이 둘러싸고 있다.


스크린샷 2024-02-02 101355.png 라우터브룬넨 위치. (출처=구글맵)


이 절벽들을 따라 산맥에서 내려온 물이 흐르는데 그중 가장 장관을 이루면서 유명한 곳은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Staubbach Wasserfall(슈타웁바흐 바써팔)'이다. Wasserfall은 폭포이므로, 사실 물을 뿜어내는 '분수'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단언컨대 슈타웁바흐를 본 이후로 어떤 분수나 물을 이용한 명소를 방문해도 이곳만큼 멋지고 웅장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20221029_101946880_iOS.heic 사진으로 찍고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던 풍경. 아래쪽 사람을 보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출처=직접촬영)


슈타웁바흐 폭포의 높이는 297m로, 스위스에서 자유낙하하는 폭포 중 가장 높다. 당시 쌀쌀한 가을이었는데도 날씨가 맑고 해가 비추니 마치 절벽에서 빛나는 보석 수 천 개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라우터브룬넨은 규모가 작아서 따로 일정을 빼서 오기보단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폭포를 향해 산을 오를 수 있으며, 주변 마을을 산책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참고로 폭포로 이어진 계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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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웁바흐 폭포와 폭포로 향하는 길. (출처=직접촬영)


라우터브룬넨은 알프스의 어디로도 통하는 산맥들을 맞대고 있다. 동쪽으로는 아이거, 융프라우, 남쪽으로는 글레처호른, 그로스호른, 서쪽으로는 쉴트호른, 그리고 동쪽으로는 최근 한국에서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그린덴발트로 이어진다.




간단히 점심을 하고 우리는 산악기차를 이용해 라우터브룬넨 산간마을 Wengen(벵겐)으로 갔다. 벵겐은 차가 닿지 않는 곳 즉, 청정 Autofrei(아우토프라이) 구역이다. 따라서 무조건 라우터브룬넨에서 기차를 타야 한다. 만약 차를 본다면 농장용 차량이나 역 근처만 이동하는 전기차량일 것이다. 그래서 마을 전체가 매우 조용하고 경적 소리도, 차를 피하기 위해 뒤를 돌아봐야 하는 일도 없다. 마을이 해발 1274m에 위치해서 그런지 기차에서 내리니 귀가 살짝 먹먹했다.


주로 펜션과 호텔이 주를 이루고 규모가 작은 이곳에서 무엇을 할까 싶지만, 뱅겐은 스키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20세기 초부터 이미 스키클럽이 형성되었고 알파인 스키 월드컵도 열리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스키 강습소나 스키용품 보관소가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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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터브룬넨에서의 간단한 식사와 벵겐 역. (사진=직접촬영)


스키와 상관없이 벵겐은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안정감과 휴식감을 주는 곳이었다. 약 30분 정도 걸어 마을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니, 꼭대기에서부터 지면까지 사계절을 모두 품고 있는 알프스의 거대함과 아기자기한 마을이 어우러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평화로운 모습을 만들어냈다.


단어만으로 선뜻 떠올리기 어려운 '목가적인 풍경'의 예시를 찾는다면 바로 여기, 스위스 벵겐과 라우터브룬넨이 아마도 가장 그 말을 적절하게 담고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20221029_125154431_iOS.heic 벵겐의 언덕 위에서. (사진=직접촬영)


20221029_143048696_iOS.heic 라우터브룬넨 어딘가. (출처=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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