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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Mar 09. 2024

1년 치 만두 수용량 초과

올해 나의 시댁 방문은 큰 의미가 있었다. 


코로나가 뭔지도 몰랐을 팬데믹 초기를 중국 현지에서 맞이했고(길에 사람 한 명 없던 초창기), 독일로 돌아와 '금방 끝나겠지' 싶던 시간이 무려 3년 이상 길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전염병이 종식된 후에도 외국인 비자발급이 풀리지 않아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했다. 


감사하게도 시부모님 두 분 모두 편찮으신 곳 없이 팬데믹을 잘 넘기시고 다시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었다. 국적이 달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이름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시댁에 가니 집에 온 것처럼 편안했다.




그러나 아침식사 시간만큼은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사실이 강하게 어필되었으니,


어머님께서 그동안 아들며느리한테 해주고 싶던 음식을 마음껏, 양껏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 스타트와 엔딩은 바로 만두, 바오즈(호빵), 지아오즈(교자)였다. 그냥 통틀어 다 만두라고 하자. 


단언컨대 이번에 어머니께서 해주신 요리 및 외식으로 나의 일 년 치 만두 수용량은 이미 초과되었다.



# 홈메이드 부추만둣국 

고수향 가득하고 부담 없이 가벼운 맛에 아침식사로 제격이었다. 



# 광동식 자오차

광동식 아침식사를 하며 온갖 만두 종류를 섭렵했다. 단맛이 강한 식사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새우로 빚은 딤섬이 입에 제일 잘 맞았다.



# 상해 명물 셩지엔(生煎)

'셩지엔'이라고 부르는 이 만두는 팬에 구운 만두다. 만두를 빼곡하게 팬에 얹어 바닥을 노릇하게 구워낸 게 특징이다. 만두를 깨물면 육즙이 흘러나온다. 



# 어머니표 수제만두 시리즈

시어머니께서 매일 저녁 만두를 빚으셔서 매일 눈도 입도 즐거웠다. 손을 보태려 주방에 갔으나 어머니 속도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 만두 소로는 새우, 돼지고기, 절인 배추, 부추, 계란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모두 호불호 없이 입에 잘 맞았다.



# 어머니표 팬만두

팬에 튀기듯 요리한 납작한 만두는 생소했는데 찌거나 탕에 넣는 만두와 다른 매력이 있었다. 아침식사로 먹기엔 살짝 부담스럽지만 출출할 때 한 두 개 간식으로 먹으니 다른 군것질거리 생각이 싹 달아났다.



# 호텔에서 만난 캐릭터 만두

비행 전 호텔을 디즈니랜드 근처에 잡았더니 호텔 조식에서도 귀여운 게 나온다. 돼지, 토끼 등 먹기 싫게 이쁘게 빚어놓은 호빵들도 맛있었다. 주로 달달한 소가 들어있다. 



# 어머니표 왕만두

교자가 손바닥 반 만 했다면 왕만두는 주먹만 해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여기에 절인 배추 탕까지 곁들이면 아주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행복했던 만두지옥. 

결혼하기 전까진 내가 이렇게 만두를 많이 먹게될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원 없이 온갖 만두를 섭렵할 수 있는 건 만두나라에 시댁을 둔 특권인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오래도록 어머니의 만두를 먹고 싶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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