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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Apr 11. 2024

잠 못 이루는 밤

오래간만에 잠들지 않고 밤을 지새웠다.


깊은 잠을 자지 않아도 눈을 감고 있으면 반정도 잔 효과가 있단 소리를 주워 들어서 눈을 7시간이나 감고 있었다.


혹시 불면증일까, 만약 불면증이면 뭐가 문제지?


타지생활에서 24시간 긴장하는 습관에 익숙해져 버린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어쩌다가 3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까지 독일에 있는 것일까.


단순히 깊은 밤 감성에 젖어하는 말이 아니다.

언제라도 눈을 감으면 내가 기억하는 인생의 모든 순간들이 여전히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떠올릴 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유치원을 마치면 매일 달려가던 바닷가,

부모님을 따라다니느라 잦았던 이사,

대학에 떨어져서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던 시간,

잠을 이기기 위해 허벅지를 펜으로 찌르며 재수학원에 새벽 3시에 갔던 날,

독일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

다시 이 땅을 찾을 수밖에 없던 그때의 마음가짐.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은 언제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수 십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


누가 그랬지.

30대가 되면 안정적인 직장에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고 일과 육아도 거뜬히 해내는 멋짐과 재력을 가졌을 거라는 - 착각을 하며 10대와 20대를 살아왔다고.


그렇다. 우리가 마주한 지극히 현실적인 30대는

여전히 불안하며, 여전히 필요한 게 많고, 이루지 못한 것도 많다. 불완전한 나도, 너도 정상이다.


단 한 가지 20대 그리고 30대 초반보다 훨씬 더 확고해진 생각은, 상대가 누구라도 타인과의 비교는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 소중하고 지켜야 할 사람의 수가 점점 더 적고 확고해진다는 점, 친구는 양보다 질이라는 점,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시간은 야속할 정도로 잘 흘러가고 그 속에서 누구든 나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당연한 부분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시기가 이 나이대의 마음이 아닐까.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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