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비롯하여 유럽을 다니다 보면 참 불편한 것 중의 하나가 화장실이다.
이전에 50센트였던 독일 화장실 입장료는 팬데믹 이후 물가상승의 영향을 받아 1유로까지 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인건비와 물세가 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생리현상 한 번 해결하는데 무려 1500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니. 물론 무료인 곳도 있으나 문이 안 잠긴다거나, 한 번 갔다 오면 하루종일 찝찝함을 떨쳐낼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러니 한편으론 돈 내고 깨끗하게 쓰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노숙자나 약에 취한 사람이 즐비한 독일 대도시 중앙역들의 화장실은 유료로 운영하는 편이 낫다. 입장을 제한하지 않으면 청결은 포기해야하고 범죄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끔히 차려입고 소비능력이 충분한 손님들이 주를 이루는 쇼핑몰까지 유료인 건 이해하고 싶지 않다. 돈을 안 내도 붙잡지 않는 게 대부분이지만, 종종 면박을 주거나 돈을 내야 입구를 열어주는 곳은 싸우고 싶은 충동마저 들게 한다.
독일 공중 화장실 유/무료 문제는 독일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주제다. 깨끗하게 관리되는 시설을 사용하는 대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맞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무료인 나라들의 예시를 들며 독일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식당에서 주는 생수를 비롯하여 전국의 공중 화장실이 전면 무료인 한국의 시선으로는 논쟁의 여지없이 '당연히 한국이 좋은 점'일 것 같지만, 이렇게 관리되는 독일 화장실 시스템도 나름 좋은 점이 있다.
먼저, 유료 화장실은 돈 값을 한다.
Sanifair와 같이 화장실 전문 기업에서 운영하는 공중화장실은 담당자가 상주하거나 수시로 들러 청소를 하고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즉, 일단 돈을 냈다면 위생과 안전은 믿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용 금액의 일부를 쿠폰으로 돌려주는데 같은 회사의 화장실을 설치한 상점이나 휴게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음은 외부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다.
독일은 전국적으로 200명 이상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업장에 '매장 내 고객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연방주에 따라 50제곱미터 이상 업장에 화장실 최소 1개(남녀공용) 설치를 의무화 한 곳이 많으며, 50제곱미터가 넘으면 남녀 구분해서 총 2칸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화장실'이라고 함은 소변기뿐 아니라 세면대, 손비누, 손을 닦는 수건(공용수건 금지), 그리고 쓰레기통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소변기는 작동하는데 세면대가 고장 났다거나, 손비누가 없는 화장실은 규정위반이다. 뿐만 아니라 건축법에 따라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청소 계획도 문서화해서 부착해놓아야 한다.
이렇게 나름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으니 업장 안의 화장실 역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편이다.
실제로 독일 어디를 가든 테이크아웃 전용 소규모 가게가 아닌 이상(이 경우 고객 화장실이 없다는 안내 문구를 붙여야 한다) 웬만한 카페, 식당, 병원, 상점 내에는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고객에 한해 무료다. 한국은 장소불문 화장실이 무료지만 가게 외부로 나가야 하고 건물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쓸 수 있기 때문에 시간대나 위치에 따라 가기 꺼렸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요즘 한국에서도 무분별한 화장실 사용을 막기 위해 비번을 걸거나 몇 개의 가게만 지정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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