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최근 UEFA(우이파)라고 불리는 유로 2024 축구경기로 들썩이고 있다. 이번 개최국은 독일로, 본선에 24개 팀이 진출했으며 "Vereint im Herzen Europas(유럽의 심장에서 뭉치다)"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원래 축구에 진심인 독일이 개최국이라니! 축구팬들과 외신들은 독일이 개최국으로서 진지하고 철저하게 유로컵을 준비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최 약 보름이 흐른 현재 외신들은 독일의 개최현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그중 한 가지는 독일의 교통체계 때문이다.
보통 이른 경기는 오후 3시, 늦은 경기는 오후 9시에 시작하며 경기가 모두 끝나면 밤 11시가 넘는다. 경기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느 매치든 매번 빈자리가 안 보일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독일의 경기장을 방문했다. 독일 축구 경기장은 약 4만~5만 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규모이므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수 만 명의 인파가 한 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낮시간도 문제지만 오후 9시 경기가 끝난 뒤엔 더 심각했다.
집에 가려고 나온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타긴커녕 기다린다 해도 기약이 없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 십 킬로를 걸어서 집에 간 관객들이 많았다. 무슨 성지순례하는 것도 아니고 야밤에 하프마라톤 거리를 걸어야 한다니. 경기는 재밌었을지 몰라도, 돈 쓰면서 사람에 치이고 인파에 끼며 집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인 거다.
작은 도시는 상황이 더했다. 원체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동네에 수 만 명이 몰리니, 없던 기차나 버스를 만들어 올 수도 없고 결국 도보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경기장을 대도시에만 건설했어야 하지만 많은 경기를 소화+도시 활성화를 위해 소도시 경기장 건설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고, 쾰른이나 프랑크푸르트 같이 대도시조차도 경기장 위치가 외곽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타지 않고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파가 몰리는 장소는 항상 안전문제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경기장을 방문한 팬들과 외신은 하나같이 '독일의 열악한 지역교통체계 및 준비'를 지적했다.
쾰른에서 경기를 본 한 스코틀랜드 팬은 이렇게 말했다.
"ewig gebraucht, um eine relativ kurze Fahrt zurückzulegen, da sie immer wieder ohne Grund anhielten (비교적 짧은 거리를 가는 건데 이유 없이 자꾸 기차가 멈춰서 너무 오래 걸려요)."
관중이나 외신은 독일이 마치 '특히 이번 준비에 문제가 있다'는 듯 말하지만, 여기서 강산이 변하는 세월을 살아온 내 시각으로 이번 상황은 그냥 "독일이 독일한 것" 뿐이다.
독일의 대중교통은 원래 답답하다.
평소에도 연착이 굉장히 잦고, 이유 없이 멈추는 건 일상다반사다. 선로에 사람이 누워있다, 알 수 없는 결함이 있다, 기관사가 병가를 썼다 등 이유도 무궁무진하다. 유로컵은커녕 아무 일 없는 평일에도 이런데 축구경기 개최한다고 뭐 대단하게 인프라를 대대로 손보고 고쳤을까? 독일 특성을 고려할 때 절대 아니다. 그냥 배차간격 좀 더 늘리고, 기차 몇 대 더 보내는 정도였을 것이다.
무려 UEFA 개최국인데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몇 년 전 연착이 심한 기간에는 출퇴근하기가 어려웠다. 최소 기차 2개를 앞당겨서 타지 않으면 다음 역까지 질주해서 다른 기차를 타거나 지각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꿋꿋이 기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평생 그렇게 살아서 적응됐나 보다.
나는 예측할 수 없는 대중교통에 더 이상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여행, 출장, 출근, 관청방문과 같이 시간이 매우 중요한 일에는 웬만해서 대중교통 자체를 타지 않는다. 최대한 자차나 택시로 이동하거나 걷는 게 더 확실하고 빠른 방법일 때가 많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