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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Jul 02. 2024

독일의 쉬는 청년들은 무엇을 할까

한국에서 저출산과 함께 사회 문제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쉬는 청년들'이다. 

20대 중반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히려 쉬는 것을 택한 사람들이다. 취업을 했더라도 금세 퇴사를 하고 쉰다거나 모종의 이유로 사회에 나가는 것을 자꾸 기약 없이 미루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대졸 후 바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사회적 낙오자'라는 시선을 받기 쉽다. 취업 준비기간이 있으니 1년은 그렇다 쳐도, 그 뒤에도 계속 집에 있게 되면 부모님, 부모님 친구들, 친척들,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하나 둘 걱정을 가장한 한심한 시선을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무려 만 7세부터 16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계속 달리라는 게 숨 막히지만, 그게 한국 사회다. 




독일의 청년들은 어떨까? 


그들도 빠르면 18세에 대학에 입학하여 20대 중반에 대학을 졸업하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여태까지 봐온 독일의 청년들은 대부분 '일단 쉬는 것'을 택했다. 오히려 쉬지 않는 것을 의아해할 정도니, 우리나라와 정 반대인 거다. 왜 그들은 쉬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쉬면서도 자신만만한 걸까?


먼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한국만큼 높지 않다(대부분의 나라가 한국보다 낮을 것이다). 약 5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기간에 일단 한 번 "쉰다". 이를 'Auszeit(휴식기간)'이라고 하며,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휴식을 행동에 옮긴다. 학교 시스템에 맞춰진 로봇 같은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한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제대로 돌아보기 위해 그들은 약 1-2년 간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때 해외경험 쌓는 것을 선호하며 (호화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집을 구하고 일을 하거나, 적은 돈으로 배낭여행 등을 한다), 좀 더 용기있는 학생들은 다소 무모해보이는 도전을 하기도 한다.




이는 대학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서, 심지어 직장에 가서도 비슷하다.

나는 독일 대학원 시절, 방학 때도 인턴을 2개나 할 만큼 휴식과 휴학 없이 스트레이트로 학업을 마쳤다. 당시 곧바로 졸업을 한다고 하니 동기들이 "뭐가 그렇게 급하냐"며 반문했다. 그들은 중간에 해외를 나가기도 하고, 휴학을 하고 학업을 계속할지 말지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하기도 했다. 아직은 한국의 속도가 더 익숙했던 그때의 나는 그들이 무의미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들 각자의 길을 찾아 본인의 몫을 다하고 있는 걸 보면 휴식과 여유가 꼭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전회사에서 만났던 동료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이 맞을지 고민하느라 2년을 보내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전공이 맞을지 탐색하느라 다시 1년을 보냈다고 한다. 남들보다 3년 늦어졌다는 생각도 종종 하지만 '현재 선택에 매우 만족한다'며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교환학생 시절 만난 한 친구는 대학졸업 후 사회에 나가지 않고 꿈을 향해 돌진했다. 정장이 아니라 작업복을 샀고, 모은 돈을 은행이 아니라 허름한 건물에 투자했다. 그렇게 2년을 꼬박 고군분투하여 현재 커다란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되어있다 (이 친구의 이야기는 이미 스토리에서 다룬 바 있다). 한국이었다면 주변 등쌀에 못 이겨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을 것 같다.


약 20년 경력을 가진 다른 지인도 3년에 한 번씩 3개월 무급휴가를 떠난다. 아시아로, 유럽으로, 미주로 세계를 다니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한다고 한다. 회사 입사 시 이미 얘기한 부분이라 회사에서도 터치하지 않고 오히려 장려해 준다고.



독일의 이러한 쉼 문화가 가능한 이유는 '자기 주도적인 삶'과 '자식에 대한 부모의 믿음', 그리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사회적 시선'이 뒷받침되기 때문인 것 같다. 


먼저, 1년을 쉬든 2년을 쉬든 본인의 선택인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누구도 본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쉬어야 하며, 부모와 가족을 포함한 누구의 탓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기간을 어떻게 활용할 건지 적절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곧바로 사회에 나가지 않아도 좋지만, 1년 동안 집에서 유튜브 보고 침대에 누워있었다면 아무리 독일이라도 이해받기 어려울 것이다. 돈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뭐든 하면서 쉬자.


그러면 독일 사회는 당신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다.  

 

참 행운이게도 독일사회엔 청년들의 공백을 섣불리 비난하는 시선이 적다. 루저라고, 왜 빨리 돈을 안 버느냐고 타박하기보다, "그 시간에 뭘 했는지", "그래서 얻은 건 무엇인지" 묻고, 당신의 선택을 존중해 줄 것이다. 이는 경력자의 공백에도 해당되는 부분이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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