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은 당뇨 환자의 증가 및 낮아진 연령대로 인해 혈당관리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져 인터넷 뉴스와 SNS에 연일 혈당 어쩌고 당뇨 어쩌고 하는 콘텐츠가 즐비하다. 지나칠 정도로 건강을 신경 쓰는 한국에 비해 독일을 보고 있으면 '정말 저대로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절로 나오는 식습관을 갖고 있다.
독일 뷔페식당에서 외식을 하거나 독일인들과 식사를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식후 간식이다. 독일인들은 식사와 식사 사이, 또는 식사 직후 먹는 디저트를 너무나 사랑한다. 안 먹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매일 커피와 케이크(1인 1조각), 아니면 아이스크림 혹은 쿠키라도 챙겨 먹는다. 최근 들른 식당에서 아이스크림 스쿱 4개를 혼자 드시는 할아버지를 봤다. 이처럼 단음식 사랑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나이 불문하고 보이는 현상이며, 단 걸 먹지 않으면 하다못해 커피를 시켜 설탕을 약 3초 간 들이붓고 마신다.
이런 모습을 보며 문득 독일의 당뇨환자 비율이 궁금해졌다. 아직 당뇨로 병원을 찾은 적은 없지만 막상 가보면 사람 미어터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뇨는 독일어로 Diabetes mellitus(줄여서 DM), 쉬운 단어로 Zuckerkrankheit(설탕병)이라고 한다. 보통 후천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성인이 걸리는 당뇨병은 2형 당뇨다. 독일의 당뇨병 환자 비율은 2016년 기준 18-79세 성인 중 7.2%(약 460만 명)이었다. 2024년 현시점 기준으로는 무려 900만 명에 달하며, 이는 독일 인구의 약 9%가 넘는 비율을 차지한다. 이중 2형 당뇨 환자가 890만 명이며, 독일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5명 중 1명은 당뇨를 앓고 있다고 한다.
아래 독일 질병통제기관 로베르트-코흐-인스티투트(코로나 때 자주 등장했던 그 기관)의 2016년 자료를 보면, 대체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50-69세는 남성이 더 많다),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당뇨병 환자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hoch) 환자 비율이 확연히 떨어지는데, 생활에 여유가 있을수록 건강에 신경 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이라고 한다. 이는 대한민국 인구수 대비 약 8.6%에 달하는 수치로, 언뜻 보기에 독일보다 적어 보이지만 30세 미만 환자까지 더하면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독일당뇨병학회는 "당뇨병의 예방과 대책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부족하다"며 적극적인 치료와 예방을 권고하고 있는데, 내 생각엔 설탕음식을 먹는 습관이 깊숙이 자리 잡은 독일이 결코 빨리 변화할 것 같지 않다. 디지털 기기와 친하고 새로운 정보에 발빠르기라도 하면 어디선가 뜬 건강정보를 보고 경각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디지털과 친하지 않고 출처 없는 정보를 불신하는 독일문화 특성상 변화 속도가 더 느릴 수도 있다.
건강에 과도하게 신경 써서 없던 병을 끌어오는 것도 문제지만, 건강을 해치는 습관이 없는지 스스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도 꼭 필요한 것 같다. 특히 30대 이상이라면!
제목 사진출처: Copilot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