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밤 Jul 09. 2024

열정적인 우리 인턴

우리 팀에는 인턴이 총 3명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인턴이라기보다 학업+일을 병행하는 이원학업 학생들인데 따로 인턴이 없으니 이 친구들이 인턴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중 나와 동료의 업무를 집중적으로 서포트하는 시리아 출신 여학생이 있다.


독일에서 시리아 출신은 십중팔구 난민이지만 이 친구는 팔구를 뺀 '나머지 한 명'에 속했다. 아버지가 시리아에서 대학 교수였고 독일에 방문교수로 몇 차례 오면서 아예 직장을 독일 대학으로 이직하셨다고 한다. 그 김에 온 가족 모두 독일로 이민을 결정한 것이다. 동생은 독일대학에서 사회복지를, 누나인 이 친구는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잘 배운 부모님께서 사랑도 많이 주셨는지 참 정도 많은 친구다.

동료들이 조금만 피곤해 보여도 걱정해 주고, 뭐든 빨리 배우고, 공부나 일욕심도 많다. 무슬림이지만 히잡을 쓰지 않고 종교에 대한 얘기도 일절 하지 않는다. 지난 회사에서부터 지금까지 팀원의 선교에 시달렸던 나로서는 종교얘기를 하지 않는 것 자체만으로 큰 행운이다. 종교가 없는 게 종교를 고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아무튼 이 친구에게 우리 회사 우리 부서가 첫 회사라 그런지 참으로 열정이 대단하다.

회의 하나만 있어도 누가 참여하는지, 언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고, 3시간이 넘는 거리를 당일치기로 온다거나, 짧은 업무시간(학생직원은 주 20시간 근무한다)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한다. 나를 포함 고인물(?)인 팀원들이 가끔 그 열정을 감당할 수 없어서 되려 쉬라고 할 정도다. 그래도 뭐든 안 하거나 적게 하려는 사람보다 훨씬 예쁘고 기특한 건 사실이다.


이 친구를 보며 잘해주고 싶고,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의 첫 회사는 이력서에도 적고 싶지 않을 만큼 좋지 않은 경험이었기에 다른 사람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첫 회사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다음 회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고 긴 사회생활 중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첫 회사를 잘 만날수록 다음 행보가 좋다. 반대로 첫 회사가 병맛이면 의도치 않은 좌절이나 무력감을 경험하거나 없던 병도 생길 수 있다.


내가 그랬다고 다른 사람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안 좋은 건 최대한 빨리 끊어내서 후배들은 겪지 않게 해주는 게 앞서간 사람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의 인턴십이 끝나고 인연이 지속되지 못해도 우리 팀과 회사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서류에 쓰인 비밀코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