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있다 보면 종종 '차별인지 불친절인지' 애매한 상황을 경험할 때가 있다. 장기거주를 하다 보면 눈칫밥 레벨이 쌓이면서 비교적 구분이 쉬워지지만, 여행 및 출장 등 단기로 오신 분들에겐 쉽지 않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쁘고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유럽 인종차별 사례'에서 독일역시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데, 독일 장기거주자의 시각으로 보기에 대충 10에 5는 차별이 맞고, 3는 그냥 불친절하고, 2는 매우 불친절하다.
물론 앞뒤 상황과 정황을 살펴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내 기준으로는 일단 '다른 유럽인들과 확연히 다른 대우'를 했고 그로 인해 모멸감을 느꼈거나 기분이 상했다면 차별이 맞다고 생각한다. 차별이 아니라고 하기엔 빈도가 잦고 스타일이 비슷해서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더더욱. 나 역시 독일생활 초반에 자주 겪었다.
마트 계산대에 줄 서있는데 유럽인 손님들한테는 웃으면서 인사에 주말 잘 보내라는 립서비스까지 날리면서, 내 차례만 되면 인사는커녕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미간에 주름 장착하고 돈을 던지듯 주고, 물건을 아직 가방에 넣지도 않았는데 옆쪽으로 확 밀어버리면서 다음손님 계산 시작하기.
고속도로 옆 차선에서 나를 힐끔 보더니 칼치기하듯 추월하면서 창문을 내리고 칭챙총 연발하며 밖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거나 대놓고 욕을 하기 (심지어 법규를 어긴 것도 아니고 정규속도로 가고 있었다).
이런 행동들은 명. 백. 한 인종차별이자 아시아인 혐오다.
불친절은 이와는 약간 다르다. 고객이 누군지 상관없이 '일관적으로' 기분 나쁘게 응대해야 한다. 다만 불친절을 판단하기 위해선 나와 비교대상이 되는 다른 고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 가게의 점원이 불친절하다면 차별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
이제는 대충 감이 오지만, 독일인들의 특성을 잘 모르고 신고와 같은 장기전이 어려운 단기체류자 분들은 대부분 무력하게 그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자리에서 클레임 하는 것'이다. 차별이라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지금 외국인 차별하는 겁니까?"라고 말하고, 기분이 나쁘면 "지금 뭐 하세요? 돈을 왜 던져요?" 등으로 직설적으로 강하게 어필한다. 물론 어느 누구도 "네, 차별 맞아요"라고 안 할 테지만, 적어도 머릿속에 든 게 우동사리가 아니라면 곧장 입을 다물고 눈치를 볼 것이다.
아시아인은 모두 예의가 바르고 수줍다는 스테레오타입을 가진 (무식한) 유럽인들이 많은데 그걸 이용하게 내버려 두지 말라는 뜻이다. 돈을 던져도, 인사를 안 해도 가만히 있는 아시아인들은 그런 사람들의 눈에 쉬운 먹잇감이다. 만약 독어나 영어가 가능하다면 주변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경찰에 신고하는 시늉을 해도 좋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