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거주하면서 타인을 볼 때 가장 많이 무뎌진 게 바로 문신이다. 한국에 살 땐 옷 사이로 슬쩍 보이는 문신에도 흠칫 놀라곤 했는데, 이제는 몸의 일부 혹은 전체를 덮은 문신을 봐도 전혀 놀라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게 되었다. 독일살이 초기 헬스장에서 긴팔을 입고 있던 사람이 사실은 옷이 아니라 전신 블랙타투였다는 걸 알고 큰 충격을 받았던 일이 일종의 '타투 놀람 예방접종'이었던 것 같다.
내 몸에 유일하게 있는 문신은 눈썹문신이다.
정확히 말하면 '반영구 화장'인데 근 몇 년 사이 이 녀석이 영 신경이 쓰여 지우고 싶어졌다. 20대 초중반에 매일 눈썹 그리는 게 너무 귀찮았는데, 반영구 덕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꼈는지 모른다. 하지만 뭐든 명과 암이 공존하는 법. 얼굴에 박제된 눈썹 모양은 유행에 따라 바꿀 수 없었으며, 시간이 지나며 옅어진 색소는 산화되어 원치 않는 색상을 띠게 되어서 제거하기로 했다.
'문신제거'에 관한 독일의 임상 및 시술 병원은 한국보다 더 쉽게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신하는 사람의 수가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독일에서의 모든 절차 및 계약은 '꼼꼼한 사전조사 및 최소 2개 이상 비교'가 필수라는 철칙에 따라 나는 문신제거에 대한 배경지식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에 관해 몇 가지 정리해 본다. 한국과 거의 비슷할 테지만 혹시나 독일에서 타투제거를 고려하시는 독자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1. 타투의 연식 (Das Alter des Tatoos)
타투를 한 지 4개월이 됐든, 4년이 됐든 제거에는 영향이 없다. 왜냐하면 어떤 타투를 하던 4주가 지나면 피부에 침착되어 그 상태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2. 타투의 크기와 색상 (Die Größe und die Farbe des Tatoos)
크기 및 색상 또한 제거원칙엔 영향이 없다. 레이저는 위에서 아래로 쏘는 것이기 때문에 크기가 큰지 작은지는 제거 시간과 비용에만 영향을 줄 뿐, 원칙 자체는 같다.
3. 타투의 위치 (Die Lage des Tatoos)
타투의 위치는 '제거회수'에 영향을 준다. 타투가 배, 허벅지, 팔, 다리 등에 있는 경우는 얼굴과 가슴에 있는 타투보다 최소 2회 이상 더 제거를 받아야 한다. 손목이나 발목처럼 피부가 얇은 곳도 회수가 늘어날 수 있다.
4. 피부타입 (Hauttyp)
어두운 색의 피부일수록 제거 회수가 늘어난다. 즉, 흰 피부의 타투가 어두운 피부에서보다 제거하기 쉽다. 또한 개인 피부 특성에 따라 쪼개진 색상 피그먼트를 빨리 배출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5. 인내 (Geduld)
제거 회수 사이에 최소 8주의 휴식기를 둔다. 4주 등 짧은 텀으로 시술 자체는 가능하나 피부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해서 제거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8주가 아니라 6개월, 1년 이상의 휴식은 상관없지만 그 이하는 추천하지 않는다.
6. 사후관리 (Nachsorge)
반창고, 연고 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충분히 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매 회 제거시술 후 5일간은 매일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길 권장한다.
7. 회수 및 가격 (Sitzungen und Preis)
일반적인 신체 타투의 경우 높은 확률로 최소 7회-10회 이상을 시술 받아야 하며, PMU(반영구화장)은 3-5회를 권장한다. 경과가 좋으면 2회 만에 끝날 수도 있다고 한다. 제거기기는 '피코(pico)레이저/독어: Pikosekundenlaser(피코 초단위 레이저)'를 추천한다. 시술 가격은 높지만 다른 어떤 방법보다 세심하게 제거가 가능하고 경과도 좋다. 반영구와 같이 범위가 작고 쉬운 시술은 회당 약 80-100유로대, 범위가 큰 신체 타투는 1000유로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가장 쉽고 저렴한 타투 제거에 속하므로 100유로 3회 받는다고 가정하면 300유로, 경과가 느리면 500유로까지 예산을 잡아야 하고, 기간은 최소 6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이렇게 작은 문신 하나 제거하는 데도 긴 시간과 백만 원에 가까운 돈이 깨지는데, 대형 문신제거는 중형차 한 대 값을 가뿐히 넘길 것이다.
머리는 길면 되고, 화장은 고치면 되고, 옷은 갈아입으면 되지만 타투는 레이저로 지져서 제거하기 전까진 바꾸거나 없앨 수 없으니,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결정이다. 안 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흔하게 이루어지는 반영구 화장 또한 충분한 고민에 고민을 거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래도 꼭 해야 한다면 1-2년 내에 색이 웬만큼 다 빠지는 옅은 시술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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