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중국인 친구네 집.
나의 첫 외국인 친구이자 자기 길을 씩씩하게 잘 개척해 나가는 그 친구는 어느새 애 둘 엄마가 되었다. 함께 식사를 하는데 한국과 중국의 출생률 이야기가 나왔다. 대화 도중 친구 남편이 문득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인구 감소는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야. 지구의 수용치를 초과하니 자연스레 줄어드는 거지. 이런저런 사회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그 현상을 굳이 애써 해결할 필요는 없다고 봐."
나는 이 말에 일부 동의한다.
늦은 결혼 및 저출산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닌 세계적인 현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겪는 중국과 독일만 해도 캥거루족이 늘고, 결혼을 미루거나 안 하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이 별개인 독일조차 출산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으니, 인구감소는 꼭 어느 나라에만 국한되어 일어나는 건 아닌 것 같다 (종교적 이유로 인구를 계속 늘리는 나라 제외).
멀리 갈 것 없이 30대가 주를 이루는 내 반경을 살펴보면,
한국에 사는 가장 친한 친구들 4명 중 아이가 있는 집은 딱 한 가정이다. 그것도 한 명. 8명이 다음 세대에 1명이 되었다. 독일에서 만난 또래 한국인 친구들 4명 중 아이가 있는 집은 두 가족이다. 8명이 다음 세대에 3명이 되었다. 한국이든 독일이든 인구는 줄고 있다.
특히 해외에 나와 사는 사람들은 결혼이 더 늦다. 공부를 하거나 새로 자리 잡기 위해 나온 사람이 많기 때문에 할 일을 마치고 돌아보면 30대를 넘길 수밖에 없다. 단순히 혼기가 찼다고, 노산 연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결혼과 임신을 서두르지 않는다. 수많은 학자들이 몸을 갈아 기술을 발전시켜 인간의 평균수명을 늘리고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점점 타인과 의지하며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돈만 있으면 자녀에게 부양 부담을 주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당장 입에 풀칠하는 것보다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성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어찌 수 십 년 전의 출생률이 유지될까. 그게 더 어불성설이다.
나는 사회학자도 과학자도 아닌, 그저 내 인생을 살아가는 개인일 뿐이지만 어쩌다 보니 낮아지는 출생률과 인구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어떤 사명감에 휩싸여, 남의 말에 등 떠밀려 출산을 결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누구도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권리는 없으며, 무엇을 듣더라도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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