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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Oct 04. 2024

독일 귀화시험 미리보기

얼마 전 독일 귀화시험을 봤다. 귀화시험은 다른 말로 '시민권 시험' 즉, 국적을 바꾸는 시험이다. 평생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영주권과 달리, 독일 시민권을 얻으면 여권이 바뀌고 한국에선 외국인이 된다.


이전까지는 국적을 바꾸려는 사람에 한해서만 귀화시험을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영주권 신청에도 귀화시험이 필수가 되었다. 이래저래 국고를 늘리는 방안으로 독일 정부가 머리를 아주 잘 쓴 것 같다.




나는 독일로 귀화할 마음도 없고, 영주권을 신청할 필요도 없다. 내가 귀화시험을 본 목적은 단지 시험에 뭐가 나올지, 시민 자격을 주기 전 독일은 외국인에게 어떠한 기본 지식을 기대하는지 궁금해서였다.


시험은 총 33문제, 합격 커트라인은 17문제(50%)로 상당히 여유롭다. 310개의 문제은행에서 무작위로 나오며 보기의 순서도 함께 바뀐다. 모두 고르시오는 없으며 문제 1개에 답도 1개다. 마지막 약 10개는 시험을 치르는 주(Bundesland)에 해당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시민권 신청 시 주가 바뀌면 새로 시험을 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귀화시험은 독일어 A2정도의 레벨과 독일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눈 가리고 빠스먹기(흑백요리사 참고) 정도로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다만 고득점 혹은 만점을 노린다면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귀화시험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나눌 수 있다.


# 인간의 기본권 및 독일법

이 주제는 독일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해당되는 기본권 및 독일의 기본 헌법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문제) 독일에선 누구나 공개적으로 정부에 반대하여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답) 생각의 자유가 유효하기 때문이다.  

(사진=bamf.de)


# 독일 정부 및 정치

이 주제에서는 독일의 정치, 정당, 투표, 대통령, 총리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문제) 독일에서 "신호등 연정"이란 무엇인가?

정답) SPD, FDP, 녹색당의 연합정당이다.

(사진=bamf.de)


# 독일의 역사

이 주제에서는 세계 제1차 대전부터 분단, 통일, 그리고 유럽연합 시기까지의 독일 역사를 다룬다.


문제) 나치는 몇 년도에 독일의 유대인 사원과 사업체들을 파괴했나?

정답) 1938년

(사진=bamf.de)


# 주에 대한 문제

이 주제에서는 시험을 치르는 주에 관련된 주제를 다룬다.


문제) 다음 중 베를린의 구역은? (예시: 베를린)

정답) 판코브

(사진=bamf.de)




직관적이고 상식적인 잣대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역사나 정치에 대한 내용은 적어도 한 번은 정리하는 게 도움 된다. 처음부터 나는 합격이 아니라 시험 자체를 경험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310개 문제를 3번 정독하고, 오답은 따로 정리해서 반복해서 봤다. 아무래도 정치 부분이 가장 생소했던 것 같다.


시험시간은 1시간 주어지며 대부분의 응시자들은 30분 내에 시험을 끝낸다고 한다. 나는 모든 문제를 5분 만에 풀고 3분 간 검토하여 제출까지 총 8분이 걸렸다.

시험 자체는 생각보다 정말 빨리 끝났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독일이란 나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되짚어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310개의 문제 중 독일인들은 몇 개나 알고 있을까? 단언컨대 310개 모두 맞추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독일 시민권 시험을 준비하려는 독자분들,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암기력이라면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시험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보셔도 좋다!


제목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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