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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Oct 21. 2024

보톡스에 대한 한국 독일 반응차이

약 두 달 전부터 독일 피부과에서 문신제거 시술을 받고 있다. 몸에 있는 거 아니고(문신 없음), 약 8년 전에 했던 눈썹 반영구 화장의 색상이 변하며 앞으로도 어떤 수정이나 리터치를 하고 싶지 않아서 제거를 결정했다. 나이가 들수록 뭔가를 얹기보다 덜어내는 선택을 자주 하는 것 같다. 


문신제거는 미용시술 전문 독일 사보험 환자 전용 피부과에서 진행하는데, 미용시술 병원답게 레이저시술 및 보톡스, 필러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5분도 안 걸리는 문신제거가 끝나고 의사에게 물었다.


"혹시 보톡스도 하시나요?"


나이가 지긋한 독일의사는 무슨 보톡스를 말하냐고 물었다. 사실 내가 필요한 보톡스는 주름이 아니라 턱관절 치료용이었는데 여기서는 주름 보톡스만 한다고 하길래, 그럼 주름 보톡스는 얼마냐고 물었다. 한국에선 10만 원대 초반 혹은 그 이하로 할 수 있는 데가 워낙 많기에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 주름 보톡스는 얼마예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사는 놀라며 왜 보톡스를 맞으려 하냐고 물었다. 


"맞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요. 한국에선 20대부터 맞는 분위기라서요."


사실이었다. 최근 한국에 갔을 때도 내가 평생 보톡스를 한 번도 안 맞아봤다고 하자 화들짝 놀라며 그걸 아직도 안 했냐고, 자긴 20대부터 맞았다며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의사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리셉션 직원들을 호출했다. 2-30대로 보이는 여자 직원들 셋에 의사까지 독일인 네 명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도대체 어디 보톡스를 맞을 거냐며 재차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요즘은 미리 맞는다고 하길래.."


내 말이 끝나기 전, 얼굴까지 전신 문신을 한 가장 기가 세 보이는 직원이 말했다. 문신제거 병원에 전신문신을 한 직원이 리셉션에 있어서 갈 때마다 아이러니하게 생각했었다.


"Sie haben gar keine Falten, nirgendwo(당신은 주름이 하나도 없어요. 어디에도요.)"


민망해진 나는 "웃으면 눈가에 좀 생겨요. 그리고 나이가 30대라서요."라고 했지만 그들은 고개를 양쪽으로 저으며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내 질문은 '보톡스 가격'인데 대화가 점점 내 얼굴에 주름이 있냐 없냐 산으로 가는 것 같아 재차 "가격을 알려달라"라고 되물었다. 대답을 듣고 나는 그들이 말린 이유가 혹시 가격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랐다. 


눈가와 이마만 하는데 총 350유로(약 52만 원). 못 해도 우리나라의 3배가 넘었다.


그 직원은 이어서,


"어차피 지금 해도 아무 소용없어요. 주름이 없는데 뭘 펴요. 하지 마세요."


어쩌면 한국과 독일이 이토록 다를까. 큰돈을 벌 수 있는데도 뜯어말리는 독일과, 큰돈이 되지 않아도 적극 권장하는 한국. 미용에 대한 두 국가 국민들의 관심도가 다른 게 가장 큰 원인일 거다. 즉, 독일은 실제로 주름이 생기는 4-50대 이상이 주로 하는 반면, 한국은 20대부터 하니 당연히 한국보다 독일의 수요나 공급이 더 적을 것이고, 게다가 인건비까지 비싸니 350유로라는 금액이 어쩌면 합당한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언젠가 보톡스를 맞는 날이 올지 모르지만(지금은 전혀 할 생각이 없다), 두 나라가 달라도 이렇게 다르다는 걸 오늘도 일상의 에피소드로 체감한 날이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독일 피부과 레이저 시술. 

예방 차원의 보톡스 문의. 

셋이 몰려들어서 얼굴 뚫어지게 봄. 

왜 하려고 물어봄. 

 정~ 원하면 할 수는 있는데 아무 효과도 없을 거라고 하면서 가격 알려줌. 35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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