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크게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으로 나눌 수 있다. 시간적 금전적 여유와 에너지가 충분하다면 자유여행으로 가는 게 좋겠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시간을 내어 여행하기엔 패키지만 한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패키지여행을 5번 이상 다녀오며 느꼈던 특징을 모아봤다. 참고로 나는 여행업계 종사자도, 관계자도 아닌 고객 입장에서 적은 것임을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란다.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은 패키지여행이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다.
1. 생각 없이 떠나는 여행
목적지를 정하고, 상품을 골랐다면 그다음은 아무 생각 하지 않아도 된다. 날짜가 되면 자연스레 여행에 몸을 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바쁜 일상을 살다가 갑자기 무 자르듯 끊고 떠나기에 제격이다.
2. 모객담당은 가이드가 아니다
'어떤 상품이 좋다'라고 추천하는 사람은 대부분 모객 담당자이지, 여행지에서 직접 인솔을 담당하는 가이드가 아니다. 따라서 모객담당에게 가이드에 관해 대강 물을 수 있으나 여행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문의하기 어렵다. 또한 그들은 단순히 더 많은 고객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기에 반드시 좋은 상품을 추천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3. 가이드 퀄리티=여행 퀄리티
패키지여행의 퀄리티는 가이드가 80% 이상 좌우한다. 가이드가 얼마나 세심한지, 손님들을 배려하는지,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여행 전체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500만 원짜리 고가 패키지를 가더라도 가이드와 맞지 않으면 가성비 낮은 여행이 될 수 있으며, 30만 원짜리 저가 패키지여도 가이드가 좋으면 후회 없는 여행이 될 것이다. 그래서 패키지 경험이 있는 손님들은 미리 "특정(예: 친절한/나이든/남성) 가이드를 배정해 달라"라고 요청하는 일이 매우 흔하다.
4. No 쇼핑은 없다
패키지 상품 설명에 "No 쇼핑"이라고 쓰여있더라도 완전한 노쇼핑은 쉽지 않다.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사고 싶을 때 가이드가 안내하는 대부분의 장소는 가이드 혹은 여행사와 연계되어 있는 곳이며, 이런 곳은 대부분 현지 매장보다 비싸다. 따라서 완전한 노쇼핑을 원한다면 노쇼핑 상품+자유시간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상품을 선택하여 자유시간에 현지 마트에 들르는 게 좋다.
5. 차별 없는 대우는 장점이자 단점
가이드는 적게는 5명, 많게는 30명 이상의 손님을 인솔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손님이나 가족 단위로 신경써주기가 쉽지 않다. 다 같이 움직이며 일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누구에게는 가이드의 대우가 차별로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구는 만족할 수도 있다. 즉, 가이드 한 사람이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6. 그래도 최소한의 계획은 필요하다
아무리 패키지 일정대로 여행이 진행되지만, 최소한의 계획은 필요하다. 상품 계획서를 꼼꼼히 보고, 꼭 가고 싶은 스폿이나 먹고 싶은 음식은 미리 계획하여 정해진 틀 안에서 자신만의 여행을 꾸미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나는 일본 가족여행을 갔을 때 꼭 맛보고 싶었던 명란 바게트와 유니클로 현지쇼핑을 추가하여 쉬는 시간에 다녀왔다.
7. 액면가 그대로 경비를 계산할 수 없다
패키지여행의 빠질 수 없는 부분 바로 '선택관광'이다. 기본 패키지 상품에 더하여 현지 입장료, 체험료, 기사/가이드 팁 등 여행을 출발하기 전 내는 비용이 전부가 아니다. 따라서 항상 여윳돈을 달러 혹은 현지 화폐로 지참하는 게 좋고 선택관광은 미리 결정하여 가이드에게 알리는 게 좋다. 만약 선택관광을 하지 않았다고 불이익을 주는 가이드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 거다.
8. 여행사의 사전조치/후조치를 기대하지 말라
여행사는 철저히 이익으로 움직이는 사기업이다. 다양한 여행사를 이용해 보면 생각보다 여행사들의 서비스가 유명세(네임벨류)에 못 미치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소위 여행사계의 1타라고 불리는 업체를 통해 패키지를 예약했을 때, 소통이 되지 않고 여행에 관한 정보가 계속 바뀌어서 환불 하려고 했으나, 환불 기간이 지나서야 연락이 온 적 있다. 누가 봐도 의도가 훤히 보이고 매우 아쉬운 대응이었으나 그 계기를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 확실히 떠날 패키지'만 예약하는 게 좋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여행 중 불만이었던 점에 대해 여행사로부터 후조치를 받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법적 절차를 밟더라도 간단한 메일 응답 정도로 서둘러 마무리 하려고 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웬만한 부분은 현지에서 가이드에게 바로 클레임하고 조치를 취하는 게 가장 좋다.
여행이야말로 인생처럼 정답이 없다. 내일 갑자기 계획 없이 떠날 수도 있고, 1년 전부터 준비하여 촘촘히 시간별로 계획을 짜서 떠날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여행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패키지는 비추천하고 싶다. 반면 '머리 아프지 않게 맘 편히 일상에서 탈출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패키지는 좋은 대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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