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참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불친절하다'는 점이다.
독일에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꼭 겪는 일인데, 마트 계산대에서 본인한테만 인사를 안 한다거나(이건 인종차별에 가깝다), 동전을 던지듯 준다거나,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고 있는데 확 옆으로 밀어버린다거나, 식당에서 팁을 안 주면 대놓고 불쾌한 티를 내거나(독일은 팁의무가 아니다), 메뉴를 잘못 줘놓고 한 마디 사과도 안하는 등 불친절의 종류는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가게 마감시간 10분 정도 임박해서 가면 문을 닫아버리는 곳들도 많고 반대로 일찍 가도 오픈시간 정각까지 손님을 밖에 세워두는 일도 즐비하다.
이런 환경 속에 살다 보니 우리 역시 자연스레 손님으로서 최소한의 기대도 하지 않는 게 습관이 돼버렸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할 때에도 이러한 친절이나 대접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매우 낮다.
산토리니 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채광과 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여행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산토리니의 멋진 카페들은 이아마을과 피라마을에 밀집되어 있는데, 우리 숙소가 피라마을이었던지라 피라에서 가장 뷰 좋은 시내로 나가 카페를 탐색했다.
카페에 들어가려고 보니 아직 오픈시간이 20분이나 남아 있었고, 매장 안은 오픈 준비로 분주해 보였다. 우리는 간단히 오픈시간만 물어보고 카페 앞에서 서성이다 돌계단에 앉아 오픈을 기다렸다.
그렇게 5분이 지났을까, 카페 직원분이 우리를 부르며 들어와도 된다고 했다.
"진짜로요? 아직 오픈시간 전인데요?"
우리 둘 다 합창하듯 자동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다. 직원분은 활짝 웃으며 전혀 문제없다며, 맘에 드는 자리에 골라 앉으라고 했다.
이토록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게 얼마만이란 말인가! 우리는 앉자마자 '독일이었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실제로 독일에선 영하의 추위에도, 내부 영업준비가 완료되어 보여도 절대, 절대로 실내에 입장시키지 않는다. 아마 가능하다면 그건 사장이 그날 기분이 좋거나 독일인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렇게 우리는 뷰가 끝내주는 좌석에 착석하여 메뉴를 보는데 원하는 음료인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었다. 에스프레소가 있으므로 가능할 거란 생각에 묻자, 직원분이 "당연히 가능하죠, 맛있게 해 드릴게요."라고 하며 주문을 받아갔다.
와, 이게 또 가능하구나.
독일이었다면?
십중팔구 미소는커녕 입을 삐죽 내밀고 손가락으로 메뉴판 가리키며 "거기 있는 게 다예요."라고 할 것이다. 물어본 사람이 민망해질 정도로. 그렇게 우리는 카페에서 몸 둘 바를 모를 친절을 경험하며 독일의 서비스 퀄리티에 대해 다시 한번 입증할 수 있었다. 여전히 독일의 서비스는 멀고 멀었다고.
사실 고객은 그리 대단한 서비스를 바라는 게 아니다. 한 번의 미소, 작은 불편함을 줄여주려는 노력, 가능한한 고객의 니즈를 맞춰주려는 시도가 보이면 지갑은 자동으로 열리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 직원분에게 산토리니 최고의 카페였다는 찬사와 함께 팁을 드렸다.
팁 안 줬다고 손님 면전에서 접시나 그릇 뺏어가듯 치우던 식당, 손님 세워놓고 30분 동안 투명인간 취급하며 인사도 안 하던 독일의 주얼리 매장이 떠올랐다(말을 걸자 눈도 안마주치고 "너 온거 아니까 기다리라"고 했다).
팁이 무엇인지, 본인이 손님이라면 언제 팁을 주고 싶은지부터 먼저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가 안되는 독일의 서비스. 이대로라면 독일 내 서비스 업종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거라 생각한다.
본문 및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