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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주 고려 시 가장 경계해야 할 이것

by 가을밤

유학, 이민, 해외취업 등 관광이 아닌 장기거주 목적이 동반된 해외행은 이주의 성격을 띤다. 단 한 달을 살아도 살림에 필요한 집기가 다 필요하고,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갖춘다 해도 기반을 마련하는 게 꽤 수고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해외이주가 길어지면 정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주를 고려하시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정보와 경험담을 찾아보게 되는데, 이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해외는 좋고 한국은 나쁘다>는 무조건적 찬양식의 글과 정보다.


독일에 이주한 혹자는 "독일에 오면 외모지상주의, 비교문화, 사교육이 없으니 한국보다 무조건 교육환경이 좋고 사교육 지옥에서 아이들을 완전히 해방시킬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한다. 이는 명백히 틀린 말이며 독일을 잘 모르는 소리다. 독일에서도 아이에게 관심 많고 소위 돈 좀 있는 부모들은 사교육을 기본적으로 시키고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서포트한다. 또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은근히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한국처럼 얼굴 생김새가 아닌 옷차림이나 단정함 등을 본다는 차이가 있지만 "한국에서 겪던 부당함에서 완전히 해방된다"는 옳지 않으며 종류와 성격이 변할 뿐이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웬만큼 벌어도 퀄리티 있는 사교육이 가능했지만 여기는 기본 생활비와 인건비 자체가 높으니 보통 수준으로 벌어서는 사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못하는,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예시로 사교육만 적었지만, 사실 생활전반에 해당되는 얘기다.


내 나라인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노력 없이 얻어졌던 권리,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소통방식이 완전히 뒤집어지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국에선 1도 못 느꼈던 언어장벽과 차별, 부당대우, 답답한 일처리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저 해외생활이 정답이고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시 그 사람들이 '나만 당할 수 없다'는 고도의 돌려까기를 한 건 아닐지.


때문에, 해외생활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글이나 영상만 보고 이주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주를 고려하는 분이라면, 단순히 긍정적인 이야기만 듣기보다는 실제로 겪을 수 있는 단점과 어려움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블로그, 브런치 등에서 다양한 경험담을 찾아보고(AI글은 거르자), 특히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사례를 많이 읽어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비자청과 싸워서 비자를 받아낸 얘기, 독일에서 병을 얻어 치료받은 사례, 독일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친 사람, 이웃과 트러블을 원만히 해결해 낸 사람, 각종 소송에 휘말려본 사람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읽어보자. 그리고 나에게 그 상황이 닥치면 해결할 수 있을지, 혹은 그런 상황을 평생 염두에 두고 살 자신이 있는지 생각해 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객관적인 정보는 웬만하면 기관 홈페이지나 문의기관을 통해 물어보자. 현지인이라고 다 아는 게 아니니, 직접 물어서 정보를 얻는 게 가장 좋다(오히려 현지인들은 외국인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으므로 더 모를 수도 있다). 문의가 쉽지 않다면 그 나라에 5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 묻는 것도 괜찮다. 해외 이주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므로 여행에서 느끼던 환상은 거두고, 냉정하고 현실적인 기대치 수준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제목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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