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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이렇게 다를까

by 가을밤

보통 우리가 남에게 어떤 일을 맡기려고 할 때 견적이라는 걸 받는다. 자동차 수리견적, 이사견적, 인테리어 견적, 리모델링 견적 등. 독일에서도 서비스를 받기 전 견적을 받아보는 건 중요하다. 심지어 그게 병원일지라도!


얼마 전 집 근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독일에서만 수술대에 눕는 게 벌써 두 번째다.


수술을 받기까지의 절차는 이러했다: 일반 가정의 진료-> 전문의 진료-> MRI 촬영-> 해당 수술과 방문-> 수술일정 잡기-> 수술. 첫 진료부터 수술까지는 약 4개월이 걸렸다. 이 정도면 독일에서는 꽤 빠르게 수술일정이 잡힌 편이다 (생사를 가르는 증상이 아니면 보통 6개월 이상 걸린다).




직장과 수술일정을 맞추느라 의도치 않게 여러 병원을 방문했는데, 흥미로웠던 점은 병원마다, 그리고 의사마다 마취 방식부터 수술방식까지 모두 달랐다. 분명 증상은 같은데 해결방법이 달랐다. 고장난 자동차를 수리할때도 센터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하듯, 병원도 그랬다.


이쪽에서는 전신마취, 저쪽에서는 부분마취,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소마취까지. 회복 예상 기간도 누구는 일주일이면 된다, 아니다 3주는 걸린다, 혹자는 4주 이상을 이야기했다. 심지어 칼을 대는 방향도 의사마다 다르게 이야기했다. 여기까지 진행되니 솔직히 방법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보였고, 결정은 결국 환자인 내 몫이었다.




이렇게 의사마다 제시하는 방법이 다른 이유는 의사 개개인의 스타일이 달라서도 있지만, 행정/금전적인 이유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전신마취를 제안한 병원의 경우(이전에 수술했던 병원이다), 상주 마취과 의사가 없기 때문에 의사를 부르려면 무조건 수당이 나오는 마취를 진행해야 하고 그게 전신마취였던 것이다. 반면, 국소마취를 제안한 병원 역시 마취담당의가 없지만 그곳은 국소마취 수술만 진행하고, 의사가 직접 마취를 하며, 수술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혈류차단을 시행하고 있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독일 역시 가는 데마다 말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고, 가격도 달라지는 나라다. 한국에서 워낙 이미지메이킹이 잘된 나라 중 하나가 독일인지라 '정직하고 거짓이 없으며 믿을만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여기도 그냥 똑같이 사람 사는 곳에 불과하다. 외국인 상대로 등처먹는 사람도 있고, 무뚝뚝하지만 정직한 곳도 있고, 또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없는 곳도 있다. 따라서 무엇을 하든, 특히 내 지갑과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면 귀찮더라도 적어도 3개 이상의 견적을 받아보고 꼼꼼히 비교하여 진행하는 게 좋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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