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을 보다보면 "명예(나라)인"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등장한다.
원래 '명예'의 의미는 자랑스럽고 좋은 표현이지만, 이 단어는 정반대다. 어떤 나라에 여행으로만 가봤거나, 단기 거주했거나, 티비로 간접 체험해서 환상적이고 좋은 시각만 갖고 있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도 그 나라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모습을 말한다.
즉, '명예독일인'은 독일에 대해 비판적 시각 혹은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향해 "너는 독일에 적응못한 사람이다. 그렇게 싫으면 독일을 떠나라."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처해서 명예로운 독일인 행세를 하는 것이다. 이 단어는 한국에서 생겼지만 꼭 한국인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독일에 사는 태국 사람이 독일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고 다른 의견을 비난하면 그사람도 명예독일인이다.
나는 독일을 옹호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누군가는 긍정적인 경험을 했을 수 있고, 그 나라를 좋아할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을 절대적인 기준처럼 말하기 시작하면 달라진다.
독일뿐 아니라 어느 나라도 오래 살다 보면 절대 단순한 감정으로 얘기할 수 없다는 걸 알게된다. 심지어 한국인들도 모국인 한국에 대해 비판하고, 독일인들도 독일을 비판하는데,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아만 해야 하는가? 외국인은 단점을 못 보는 바보인가? 어느나라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독일 역시 장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동시에 관료주의, 냉정함, 느림, 책임미루기, 사회적거리감 같은 요소도 존재하고, 이건 팩트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이걸 흑백으로 나눠서, 독일을 비판하면 적응실패자, 독일을 칭찬하면 선진적이고 적응 잘 한 사람으로 판단한다. 전형적인 '낙인찍기' 현상이다. 정확히 말하겠다. 독일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독일에 오래 살지 못한다ㅋㅋㅋㅋㅋ. 절대 불가하다. 여기 오래 살고있는 사람들은 이미 이곳에 '삶의 터전'을 이뤘을 정도로 잘 적응 한 사람들이고, 그 터전의 다양한 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가장 흥미로운 건, 독일을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장기 거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행이나 단기 체류 경험만으로 형성된 이미지가 전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알다시피 짧은 체류에서는 일상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하기 어렵다. 행정 문제, 직장 및 사람의 특징, 문화적 마찰 같은 건 웬만한 기간의 체류로는 경험하기가 어렵다. 웅장한 건물, 여기저기 조성된 공원, 맛있는 맥주, 가끔 열차에서 내 짐을 들어주는 친절한 독일인(독일인이 아닐 확률도 높음)을 보며 '독일 다좋아'라는 자신만의 환상을 쌓아간다. 그렇게 이미지를 기반으로 전체를 판단하면 이런 명예독일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독일을 좋아하는 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본인 맘이다. 다만 불편한 건 “너는 틀렸다”는 식의 태도다. 자신의 경험을 절대화하고, 다른 경험을 부정하는 순간 그건 대화가 아니라 판결이 되어버린다. 의견 교환이 아니라 그저 편가르기다. 경험은 다양하다. 같은 도시, 같은 회사, 같은 시기에 살아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갖는다. 그걸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편협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회를 오래 경험할수록 말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단순히 좋다/나쁘다 사이에 수많은 조건과 맥락이 있기에, 항상 실제로 겪은 경험을 곁들이고 그 경험이 반복되었다는 전제하에 조심스럽게 '나만의 판단'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
독일인 본인들 조차 독일에 대해 비판하고, 외국인들의 비판적인 시각을 매우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동의하는데 왜 여행자나 단기체류자들이, 그것도 외국인들이 나서서 옹호하지 못해 안달인가? 이런건 현지인들이 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 사회를 좋아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으며,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는 그 중간 어디쯤이어도 괜찮다.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말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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