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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12. 2023

언어공부엔 방도가 없다

외국어 공부와의 씨름

구글번역기, 파파고, 챗GPT 등 외국어를 따로 배우지 않아도 앱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외국어 천재가 되는 이 시대에도 해결하지 못하는 게 있으니, 바로 '외국어 쉽게 배우기'다. 


아무리 앱이 알려주면 뭐 하나.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으면 다시 언어바보가 돼버리는데.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 앱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니,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외국어 공부는 피해 갈 수 없는 분야다. 특히 해외유학이나 해외취업을 노린다면 외국어 공부는 기본 중 기본이지만, 동시에 참 괴로운 공부 중 하나다. 




내가 성인이 되기 전 '최소 한 번은 배워 본 외국어'는 영어, 일본어 총 2개. 그리고 성인이 된 후에 배운 언어는 독일어, 중국어 총 2개. 모국어인 한국어까지 합하면 총 5개이지만 현재까지 사용빈도가 높은 언어는 일본어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언어다. 그리고 앞으로 인생에서 적어도 1개 이상의 언어를 더 배우고 싶다. 


평소 4개 언어를 구사해도 나는 바이링구얼이 아니고 모국어는 한국어 하나이기에, 외국어 학습과정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특히 나에게 독일어를 배웠던 학습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히 긁어줄 수 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종류불문, 언어공부엔 지름길이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처음이 있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해되지 않는 문법이 있고, 문화를 모르면 배워도 사용하기 어려운 구어들이 있다. 책상공부를 아무리 오래 해도 사용하지 않으면 입에 붙지 않고, 아무리 말로만 배웠어도 책상에 앉아 정리하지 않으면 틀리는 부분이 생긴다. 




특히 성인이 되어 배운 외국어는 더욱 그렇다. 성인의 뇌는 스펀지처럼 언어를 빨아들이는 아이의 뇌가 아니기에, 예쁘게 잘 포장하여 먹기 좋게 입에 넣어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성인 외국어 학습자의 초기 학습은 되도록 모국어로 시작'하라고 추천드린다. 한국어(모국어) 기반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이해도 쉽고 질문도 자유로우니, 진도를 빠르게 나갈 수 있다. 일단 이렇게 단단히 초석을 다져놓으면 현지 어학원이나 현지에서 실제 적용하는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학교처럼 의무적인 울타리가 없는 성인 학습자를 아무 기초도 없이 냅다 현지에 던져놓으면 아이들처럼 언젠가 적응하는 게 아니다. 그나마 의지가 있어야 해당국가의 언어를 배우려고 발버둥 치지, 그렇지 않으면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로 들어가 그 안에서만 활동하거나, 혹은 그 사회에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중간 어딘가에서 평생 머무르기 쉽다. 


외국어는 '스스로를 믿고 일단 질러보는' 용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기초가 흔들리면 지식에 의심이 가고, 의심은 자신감을 깎아먹으니 결국 부끄러워서 한 마디도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사이클이 반복되어 결국 언어가 평생 늘지 못하는 것이다. 


진득하게 엉덩이로 하는 공부도, 엉덩이 붙일 새 없이 입만 날아다니는 공부도 다 필요하다. 언어공부는 고통스러운 장거리 마라톤과 같지만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몇 십 킬로가 등 뒤에 있듯, 언젠가는 되는 공부다. 현재 외국어 공부 때문에 괴로운 분, 또는 나처럼 외국어를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분들에게 함께 힘내자고 외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단어 하나라도 더 봅시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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