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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01. 2023

국적에 따라 바뀌는 기준

그게 무슨 역할을 하는데?

나는 여성이므로 인생에서 남성보다 여성과의 교류가 더 많았고, 보고 들은 얘기도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더 많다. 노파심에 적지만 이 글은 남녀 편가르기 하는 내용이 아니다!


아래는 내가 독일에서 의문을 가져온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기억나는 일부만 적었다.




# 고졸은 절대 안 되지만 고졸도 괜찮아

한 여성은 자신은 이성을 볼 때 학력과 키가 가장 중요하다며, 고졸이나 키 175cm 이하는 죽어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독일에서 고졸의 키 163cm 남성에게 사귀어달라고 애원하며 결국 그의 집에 이사가서 그의 끼니와 반려동물까지 돌봐주며 내조를 했다. 네가 여태 말해왔던 기준과 너무 다른데 어떤 점에 끌렸냐고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독일인이잖아." 그녀는 그 남성과 더 이어지지 못하고 1년 뒤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고, 다시 일정 학력과 키 175cm 이상의 이성들만 골라서 소개팅을 받았다.


# 파란 눈의 백인

한 여성은 매일 눈을 둘 곳 없을 정도로 민망한 의상을 입고 직장에 온다. 그녀는 직장 내 '독일인' 남자친구를 사귀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그와 사귀게 되었냐고 심문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직장 내에서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자신은 '파란 눈의 백인'을 만나는 게 독일에서의 최종 목표이며, 여기에 더하여 '자신(여성)의 나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야 한다'라고. 관심이 있으면 백인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 국적이 스펙

한 여성은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다. 누구든 그녀에게 남자친구에 대해 물으면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첫마디는 이러하다. "영국 독일 혼혈이에요. 엄마가 영국인이에요." 상대방이 묻지 않아도 말하며, 그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선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한껏 묻어난다. 


# 일단 필터링

한 여성은 쉽고 빠르게 남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매일 틴더앱을 보는 게 일과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아시아인의 외모를 한 남성이 단 한 명도 뜨지 않는다. 그녀는 '독일인'을 만나기 위해 이 앱을 하는 것이며 아시아인 외모를 했다면 '혹시 독일인이 아닐 수 있으니' 아예 보지도 않고 거른다고 한다. 




위 사례들 모두 직접 내가 보고 들은 실화다. 


난 정말 진지하게 궁금하다. 국적이 달라진 것뿐인데 왜 자신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겨왔던 이성에 대한 기준이 한순간에 변한 것일까? 아시아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독일 국적을 가질 수 있는데, 왜 그것은 또 용인이 안 되는 걸까? 반드시 눈동자 색상이 다르고 피부가 붉은색(백인들은 실제로 붉은 피부가 많다)이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들은 사대주의를 몸소 보여주고 있으므로, 자신의 나라가 자랑스럽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또한 거꾸로 백인이 그들의 인종과 국적이 싫다고 해도 화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식의 이성선택은 정말 위험하다. 이렇게 하면 외적인 것에 매몰되어서 정말 중요한 상대방의 가치관이나 성격을 놓칠 수 있을뿐더러, 실제로 이런 여성들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남성들도 꽤 있다. 어디에나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존재한다. 그것을 국적이나 생김새로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서는 국적이나 인종 따위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외모부터 시작하여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부터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국적에, 인종에, 외국에 대한 환상에 젖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후회만 남을 수 있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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