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속초는 처음이지?
속초로 발령이 난 후 우리 세 가족의 임시 거처는 회사에서 제공해 준 구축 아파트였다. 30년이 다되어 가는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였지만 복도에서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청초호의 모습에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입주 첫날, 늦게까지 짐을 나르느라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무엇인가 파드득 거리며 거실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세상에. 파드득 거리며 불빛을 찾아 날아든 것은 다름 아닌 사마귀였다.
실제로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사마귀를 속초에서 만나다니. 일단 아이를 안방으로 대피시키고, 남편에게 빨리 처리해 줄 것을 부탁했다.
남편은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우리에게 생명을 앗을 권리는 없다며 사마귀를 살려서 내보내는 방법을 찾겠단다. 사마귀를 단칼에 처단하겠노라며 철 지난 소식지를 돌돌 말아쥔 손이 무안해졌다.
무안함도 잠시, 아이가 있는 집으로 사마귀가 들어왔는데 빨리 처리할 생각을 해야지. 부처님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이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지만 남편의 말이 영 틀린 소리는 아니라서 못 이기는 척 따라본다. 남편은 냉장고 뒤에서 나올 생각이 없는 사마귀와 씨름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린다. 그러더니 급기야 사마귀에게 애원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너를 죽이려는 게 아니야. 내보내줄 테니까 제발 이리로 올라와, 응? 그렇지 그렇게.”
남편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걸까. 한참을 버티던 사마귀가 기다란 청소 막대에 드디어 올라탄다. 남편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쏜살같이 복도로 달려가 창문을 열고 작은 생명체를 날려 보낸다.
키가 186cm에 반달가슴곰 같이 우직한 남자가 자기 손바닥 크기도 안 되는 사마귀에게 협조를 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이라니.
그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해서 결국 참았던 웃음이 터지고 만다.
엄마의 웃음소리를 들은 아이가 방문을 빼꼼히 연다.
“엄마, 왜 그래?”
“아빠가 사마귀를 살려서 내보내주셨어”
”와, 아빠 최고“
8월의 한여름, 사마귀와 짧지만 강렬한 집들이를 마치고 우리 세 식구의 속초살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환영해 줘서 고마워, 반가워 속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