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여행지에서의 깨달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2013년 4월, 생일을 며칠 앞두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났다.
방콕에 위치한 국제노동기구(ILO) 아태사무소와 자카르타에 있는 유엔난민기구(UNHCR) 인도네시아대표부에 지원했는데, 나를 받아준 곳은 자카르타였다.
필리핀, 말레이시아에서도 체류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찌는듯한 날씨야 익숙했지만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은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도로 위에는 수많은 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좀처럼 틈이 보이지 않았고, 횡단보도를 발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차가 오지 않을 때 눈치껏 길을 건너야만 했다.
당시에는 과자를 팔거나, 사람들에게 무작정 다가와 돈을 요구하는 거리의 아이들이 있었다. 그날도 길을 건너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는데, 아이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아, 어떻게 하지... 지금 돈도 없는데...‘
길거리 아이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해서는 안된다던 지인의 조언이 떠올라 바짝 경계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도로 위 차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내게 길을 터 주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지만 아이를 따라 무사히 길을 건넜다.
작은 사례라도 하겠다며 급하게 가방을 뒤적이는 사이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유히 떠나버렸다. 길 위에 홀로 남겨진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푼 친절함이 이방인의 오만한 편견을 나체처럼 드러나게 했기 때문이다.
날것을 들킨 부끄러움은 마음 한켠에 갚지 못한 빚처럼 남아있다.
#기억의 방
엄마라는 이름 뒤에 잠시 접어두었던, 하띠의 지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