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ingdao, 2015.10.09 - 2015.10.11]
청도 여행 중 가장 예상 밖이었던 것은 거리가 무척 깨끗하단 사실이었다. 쓰레기는커녕 낙엽 하나 내려앉지 않은 도로를 걸으며, 중국이 더러울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선입견이 떠올라 자꾸만 얼굴이 뜨거워졌다.
도시가 제 이름값을 하는 것은, 뭐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도 많을 테지만, 중국 인구수가 세계 1위인 것과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박삼일 짧은 여행 중 많은 사람을 지나쳤는데, 그 중 대다수는 노동자였다. 허름한 우육면 식당에 종업원이 열댓명 있었고, 성당 앞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에도 스텝 너덧명씩은 붙어 시중을 들고 있었다. 이 노동의 향연은 길거리도 마찬가지라, 골목마다 청소부 두세명씩은 비질을 하고 있었다. 값싼 노동력으로 인해 청도의 거리는 자신을 품은 바다, 하늘처럼 맑고 깨끗할 수 있는 것이다.
깨끗한 도시를 관광하는 것은 분명 호감 가는 일이다. 청도에서의 주말은 만족스러웠고, 이후 여행이 어땠냐 묻는 말에, '돈이 그럭저럭 있는 부모라면 자식을 청도에 유학보내도 좋겠다'는 답변을 수차례 내뱉었다. 하지만 청도의 모든 시민, 모든 노동자에게도 이곳이 마냥 살기 좋은 곳일까?
청도의 깨끗한 거리를 걷다가 떠오른 것은, 인도에서 마주친 한 소녀였다.. 뉴델리 근처 구르가온에 있는 거대한 백화점. (심지어 이름도 '앰비언스 몰'이었다) 그 곳 화장실에는 삐쩍 마른 소녀 하나가 상주하며, 한사람 한사람 볼일을 보고 나오면 들어가 변기를 닦는 일을 하고 있었다, 손걸레 하나를 들고서. 나는 그 편의와 쾌적함을 누리면서도, 차마 봐선 안 될 이면을 본 것만 같아 마음이 내내 불편했었다.
청도도, 어쩌면 마찬가지다. 내가 가이드북에 소개된 장소만 찾아가 관광하기에 여념이 없었기에 도시의 이면을 미처 보지 못했을 뿐. 나는 그 많은 종업원과 거리 노동자의 처우가 어떤지 모른다.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일을 하는지도, 사실은 관심도 없이 지나쳤다.
다만 일주일 전 여행 사진, 유독 티끌하나 없는 사진 속 풍경들을 훑어보며 그 풍경의 뒷면엔 뭐가 있을지 의문을 가질 뿐. 그리고 나 자신의 무관심함에 다시 또 얼굴이 붉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