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7 장흥
장흥,
꼬맹이들이 술래잡기를 하며 뛰노는 공원 옆 언덕배기에는 권율장군의 무덤이 있었다 한적함과 말간 태양빛에 이끌려 언덕을 오르자 하루살이 삼만 무리가 달려들어 눈을 뜰 수 조차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내려와 바라본 장군의 무덤은 가깝되 아득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그 언덕 위에서 만난 건 사백 년 전 행주산성에서 돌멩이 나뭇가지 따위를 퍼부어 왜군과 싸우던 장군과 여인네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육신은 썩었으되 용맹한 영혼만은 남아서 무덤 언덕에 아무도 오르지 못하도록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어서도
온몸에 하루살이가 들러붙고 시야마저 희뿌연 상태로 양지바른 언덕을 그저 바라만 봤다 먼데 꼬마들의 깔깔거림이 조용한 무덤가에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