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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e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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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Mar 14. 2017

정확히 딱 일주일 걸렸다.

원래의 나를 찾을 때까지

술의 순기능

저번의 글을 쓰고 많이 힘들었는지, 집에서 와인을 홀짝홀짝먹다 취해버렸다. 술을 아주 지독히도 많이 마셨는지, 다음날 생명력이 깎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생처음 느낀 위기감이었다. 왠만하면 잘 후회를 하지않는 나인데, 진짜 절실히 후회하였다. 전날 나를 잡아와서 머리채를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머릿속에 평생 금주를 새기고 또 새겼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전에 술을 마신 탓에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DAY - 1

내가 할 수 있는 최소만큼 움직이는데 집중했다. 전날의 나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그렇게 숨죽여 죽은 듯 버텨냈다. 그 와중에 인생의 진리를 알아냈다. 흘러가는 시간을 오롯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숙취해소를 하는 그 순간이다. 

숙취....이놈의 숙취...


DAY - 2

이제는 좀 거동을 할 수 있었다. 신생아가 세상에 나오면 이러한 기분일까라고 생각했다. 이제 막 만들어진 장기들이 작동을 한다면 이렇게 하겠구나. 그리고 나를 원망하던 생각에서 1% 정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DAY - 3

한글링에 관련 미팅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 했다. 자꾸 멍 때리게 되는 나의 뇌를 계속 집중하게 끌어와야 했다. 그리고 지수와 다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다. 

미팅을 하는 나의 모습

DAY - 4

이제야 드디어 다음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나를 원망하던 생각보다 앞날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역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멈춰있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결정한다. 


DAY - 5

별생각 없이 LinkedIn과 Indeedstackoverflowrocketpuch에 그냥 들어가 봤다. 이러면서 생각 정리를 할 수 있을까 해서 어떠한 직군들이 있고, 현재 어떠한 기업들이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지를 쇼핑하듯 구경하면서 그냥 나를 대입해봤다. 그리고 빙글이 현재 채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래전부터 빙글의 유저였던 나, 다양한 국적이 있는 곳, 스타트업, 지원할 이유는 충분했다. 다음으로는 어떤 직군으로 지원해볼까 고민 끝에 iOS 개발자로 지원을 하였다. 그렇게 첫발을 빙글로 내디뎠다. 


DAY - 7

오후에 들어서야 지원서를 마감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날이 좋았다. 어중간한 3시에 해가 저물려고 아름다운 빛을 내려쬐고 있었고 그 무엇도 해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게 너무 좋아서 즉흥적으로 가자고 하였고, 어머니 역시 흔퀘이 수락해주셨다. 역시 나답다. 즉흥 빼면 시체다. 가는 길에 높은 산들과 봄을 준비하는 산들, 적당히 쌀쌀한 바람과 온도 코에 바람 넣기 충분했다. 스파크를 개발을 마무리해야 하기에, 노트북을 들고 갔는데 1시간 만에 개발을 완료하였다. 심지어 QA때 구현이 안됐던 기능들까지 잘 개발이 됐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인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서종 테라로사

집에 돌아와서 아주 오랜만에 운동도 시작했다. 항상 운동기구 앞에 서기가 왜 이리 힘든지... 오늘은 운동을 시작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땀을 흘리며 운동하였다. 그리고 땀과 함께 영감들이 머리 속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전에 최상의 컨디션을 정말 오랜만에 찾았다. 몸과 마음이 다 바닥을 치고 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혹시 최상의 컨디션을 찾고 싶다면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소 생명력이 깎일 수 있긴 하지만.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

다시 원래 최상의 컨디션을 찾기까지 정확히 딱 일주일 걸렸다.



만약 이 과정을 영상으로 표현한다면 이 영상만큼 적절한 것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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