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에서 다낭으로 이동한 하루 기록 1편
애나와 함께 페낭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끄적글적 QA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밤을 새웠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업데이트 못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출발하기 전까지 밤을 새워서 개발을 했지만 결국 이슈 2개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페낭에서 다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준비를 하면서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렸는데 어제 사온 망고를 다 먹겠다는 욕심에 과하게 먹었더니 결국 탈이 났다. 저녁으로 라면에 커다란 망고 2.5개를 먹었으니 탈이 안 나는 게 이상하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어제 우버 드라이버와 약속 시간이 좀 남아서 집에서 뭐 빼먹은 거 없나 생각하는데 뭔가 느낌이 쎄하다. 뭘까 이 느낌. 우버 드라이버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 혹시나 우버를 켜서 현재 운행하는 우버가 있는지 봤는데 0대. (현 시간 새벽 4시) 데이터가 안 되는 건가 했는데 너무 선명하게 4G라고 적혀있다.
어제 집으로 우버를 타고 오면서 페낭에서는 우버 예약이 안되길래 고민을 하다가 물어봤다. 보통 몇 시부터 우버를 시작하시냐고 했더니 6시부터 시작하신다 했다. 그래서 새벽 4시에는 다른 우버 드라이버들이 운전을 하냐 라고 물어봤더니. 음...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대화의 결말이 공항까지 가길 원한다면 개인적으로 예약을 할 수 있고, 새벽 4:30 집에서 공항까지 50링깃이라고 제안을 해주셨다. 한참 고민을 하다가 더 저렴한 그랩 예약 서비스가 생각났지만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자 한번 안면이 있는 우버 드라이버를 선택하기로 했다. 마지막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혹시나 싶어 시간과 우리의 약속들을 계속 확인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내리기 바로 전 아침에 전화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 같아 음? 이게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이상한데? 하며 대답을 해주었다. 현재 밸런스를 거의 다 써서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안된다고 하였다. 대신 걸면 받을 수 있다.라고 전달하고 찜찜하게 집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싶어 애나의 전화로 (애나 전화 두 통 잘 썼습니다 허헛) 드라이버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제 막 일어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셨다. 역시 불안한 예감을 틀리지 않아. 20분 후 집으로 도착한다고 했다. 알겠다 하고 끊은 후 마치 아침에 친구 모닝콜하는 것처럼 불안하여 기사님에게 한번 더 전화를 했고 다행히 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확답을 듣고 이제야 마음이 놓여서 1층에 내려가 불 꺼진 수영장 앞에 앉아있었다. 이제 떠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즈음에 드라이버가 도착했다. 출발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순간 우리 공항으로 가는 게 맞지?!라고 물어봤는데 드라이버가 20분 후에 도착한다고 했다. 오, 하나를 불어봤는데 그 이상을 답변해주셨어. 일단 안심이 되니 잠이 너무 왔다. 눈꺼풀이랑 엄청 싸우다가 결국 순간 잠이 들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순간 공항에 잘 도착해있었다. 결국 4시 40분에 차를 타고 공항에 5시 되기 4분 전에 도착했다. 일찍 출발하길 잘했다. 짐을 내려주시느라 이제야 드라이버 얼굴을 제대로 봤는데 엄청 피곤해 보이셨다. 갑자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는 마음이 확 들어 고맙다고 연신 말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새벽이라 공항이 한산했다. 키오스크가 바로 눈 앞에 있길래 모바일로 체크인을 한터라 티켓을 프린트했다. 보딩패스가 아니라 예약을 프린트 해주나 싶었는데 보딩패스를 프린트해주었다! 오 일이 잘 풀리는데? 혹시나 싶어 에어아시아 카운터로 가서 이걸로 들어갈 수 있냐 물어봤더니 가능하다고 하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했다. 입이 잘 안 움직이는 아침이었지만 안녕하세요를 듣고 그냥 웃음이 났다. 게이트가 있는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표에 있는 게이트와 스크린에 떠있는 게이트가 다르다. 뭘까 엄청 또 불안한데? 그래서 계속 스크린과 게이트를 확인했다. 이런 건 계속 확인해야 한다. 결국 스크린에 띄어 있는 게이트가 맞았고 무사히 잘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그리고 그다음 기억은 바로 착륙이었다. 잠을 못 잔 터라 자리에 앉자마자 잠에 들었고 중간중간 깼지만 잠에 취해 잘 일어나 지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깼을 때의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내 옆사람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른 새벽 속에서 잠에 취해 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애나에게 쿠알라룸푸르의 악명을 들었던 터라 긴장을 하며 공항으로 들어섰다. 음 뭐 아직까진 괜찮은데? 트랜스퍼 표지판을 따라가며 여유롭게 사진도 찍었다. 표지판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받지 않았을 텐데 아직 잠이 덜 깨 전화를 받았는데 airbnb 호스트였다. 이전에 와이파이 속도가 느리다고 제보하니 계속 신경 쓰며 체크를 해주었다. 처음에는 속도의 문제가 있는 줄 알았으나 우리의 결론은 용량을 다 썼구나라고 내린 후 별다른 요청을 하지 않았다. 호스트가 마지막까지 와이파이 괜찮냐라고 체크를 해주어 아냐 문제없다 잘된다고 하며 잠시 통화를 했다.
통화를 하면서 카트에서 짐을 내려 아래로 내려갔다.
나 : 페낭과 집에서 잘 지내고 간다.
호스트 : 페낭에서 한 달 더 머물러라.
나 : 네? ㅋㅋㅋㅋㅋ 아니요 저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가야 한다.
호스트 : 다음 어디로 가냐? 한국?
나 : 베트남 간다.
호스트 : 오 멋진데, 거기서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이런 훈훈한 마무리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시 짐을 챙기고 걸어가려고 하는데
전화하면서 본능적으로 위 카트에 두고 왔네라고 판단이 되는 순간 캐리어 무게도 잊고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내 모습을 내가 안 봐서 다행이다. 콩트 찍는 줄 알았을 거야... 멀리 오지 않았지만 없으면 어떻게 하지? 최악에 상황들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결할까를 머리 굴리며 단순에 위층까지 뛰어올라갔다. 다행히 카트에 그대로 지갑이 위에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식겁했다. 진짜 잃어버렸으면 아찔하다. 전화 때문에 정신이 팔려서 큰일 날뻔했다... 정신 차리자...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뭔가 이상하다. 트랜스퍼 카운터를 찾고 있는데 응? 왜 화살표가 다른 곳을 가리키지? 다시 올라가서 (몇 번을 올라가는 거야)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갔는데 나가서 위쪽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혹시나 싶어 다시 물어봤는데 나가서 위로 올라가라는 똑같은 답변을 받았다. 불안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위로 올라가 다시 들어가는 입구로 들어가려고 했다. 헐 근데 기내 수화물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게를 측정한다! 내 짐은 총 가방 + 기내용 캐리어였다.
공항에서 급하게 찾아보니 에어아시아 기내 수화물 규정이 가방 개수 2개, 도합 7킬로가 넘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기내용 캐리어를 올리니 9킬로. 광탈당했다. 뒤로 가서 가방을 열고 뭐 버릴 거 없나 가방을 열고 봤는데 없다. 아 옷을 그냥 다 껴입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찾아보니 백팩만 5킬로다. 기기와 충전기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백팩에 있는 건 뺄 수 없다. 그럼 기내용 캐리어를 2킬로로 만들어야 하는데 캐리어 무게만 그 정도 할 거 같다. 그래 포기. 아 근데 나 링깃 없는데? 뽑아야 하나? 20 달러 있으니까 괜찮지 않나? 그래서 체크인 카운터로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내 비행기는 10시부터 한다고 해서 다시 돌아갔다. 다시 돌아가서 잠시 쉬며 에어 아시아 수화물 규정과 금액을 봤다. 금액보다 사실 시간이 걸린다는 게 더 불안했다. 언제 체크인 시간 기다리고 안쪽에서 심사를 하나. 넉넉히 남은 시간이었지만 괜히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잠시 영상을 보며 시간을 때우다가 다시 체크인 카운터에 갔다. 이번에는 다른 분에게 체크인을 받았는데 여러 가지 질문들이 들어왔다.
직원 : 베트남 처음 가냐? 왜 가냐? 언제 떠나냐? 티켓 있냐? 보여달라. e티켓 말고 프린트해야 해. 프린트해 와라.
이렇게 빡세게 한다고?! 미리 준비하면 좋았을 텐데 페낭에서 프린트를 할 생각을 못했다.
나 : 그래서 프린트하는 곳? 어디 있는데?
직원 : 저기 뒤로 가면 있어.
나 : 오케이. 다녀온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공항에 있는 컴퓨터로 로그인하는 건 찜찜하여 그럴 때마다 사용하는 나만의 방법을 사용했다. 좀 귀찮긴 하지만 로그인 및 다운로드를 하지 않고 프린트를 하는 방법이 있다.
1) 파일을 드롭박스에 올린다.
2) 드롭박스 링크를 복사한다.
3) 구글 숏링크를 다시 딴다.
4) 해당 컴퓨터에 구글 숏링크로 들어간다.
5) 프린트한다.
맥북을 꺼내 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예 다 뽑을까 싶었는데 한 장만 뽑기로 결정하고 프린터 기를 눌렀다. 무사히 한 장만 출력해서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5.50링깃이란다 헐? 이 한 장이 그렇게 비싸다고? 1500원을 프린트해준다고? 그래.. 공항이니까 알겠다. 생각은 많았지만 쿨하게 내고 다시 돌아갔다.
아까 그분이 까다로워 맨 처음 했던 좀 유한 여자 직원분에게 갔는데 티켓을 보여주고 짐을 추가하려고 하고 금액을 물어보니 115링깃이라고 했다. 최대한 표정으로 불쌍한 척을 하며 달러밖에 없다고 했더니 잠시 고민을 하다가 40달러를 내라 했다. 그리고 아차 생각이 들었다. 맞다 나 20달러밖에 없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돈 안 뽑고 있었냐.
나 : 헐 나 20달러밖에 없다. 여기 환전소 어디 있어? 오케이 다녀온다.
직원 : 다녀와. 대신 줄 설 필요 없어. 바로 나에게로 와.
나 : 진짜 고맙다. 나 빨리 다녀올게.
직원 : 아 근데 짐 가져가야지!
나 : 아 맞다 ㅎㅎㅎ
짐을 들고 돌아서며 아 근데 맞다 나 카드 없지. 환전하는 것보다 atm에서 돈 뽑는 게 낫겠는데? 근데 링깃 얼마라고 했지?라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또다시 물어보러 갔다. 직원분이 친절하게 115링깃이라며 손가락으로 알려주셨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있었다. ATM 바로 옆에서 보안카드를 꺼내 내 계좌에서 exk 카드와 연결된 내 계좌로 이체하고 있었다. ATM기를 보니 다행히 exk를 지원해주는 기계다 얏호 하고 있었는데 영수증 바닥으로 던지고 돈이 나오지 않았다. R U serious? 혹시나 돈이 빠져나갔나 싶어 급히 확인했는데 빠져나가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기계로 뽑았는데 잘 됐다. 뭐야 식겁했잖아. 120링깃을 들고 바로 그 직원분에게 다시 가서 돈과 여권을 전달해주고 드디어 내 캐리어가 들어간다! 근데 그 와중에 캐리어 손잡이가 고장 나서 안 들어간다. 그래서 갑자기 무슨 사인을 하라고 했다. 아마 이건 파손 포상 싸인이겠지? 그래 그냥 제발 잘 실어만다오. 다낭에서 받을 때 손잡이가 없어져도 놀라지 말자하며 사인을 하고 무사히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페낭 떠나기가 아침에는 아쉬웠는데 지금은 페낭을 어떻게든 떠나야 한다. 문제 해결을 하자. 이러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1차 수화물 검사를 하길래 미리 가방에서 노트북을 빼려고 하는데 직원이 안 빼고 된다고 했다. 오 이렇게 수월하게 가는 건가? 했는데 오 두 번째 짐 검사. 여긴 겁나 빡세. 실수로 세안 용품들을 가방에 담았는데 가방의 액체류를 열어보라고 했다. 이거 빼놓을걸… 새로 산 클렌징 폼과, 샴푸, 린스, 러쉬 스크럽제를 뺏겼다. 어디서 왔냐고 해서 한국에서 봤다. 그리고 엄청 꼼꼼히 살펴봤다. 그래 나의 잘못이다. 인정.
사건 5개를 다 해결하고도 시간이 좀 남아 잠시 기록을 해두고 비행기에 올랐다. 원래 시간보다 연착이 되어 생각보다 더 여유롭게 비행기를 탔고, 드디어 마침내 다낭 가는 길에 미리 주문해놓은 기내식을 먹을 수 있었다. 이 기내식을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공항에서 긴장하느라 물 한잔도 먹지 못했다. 아까 난리 치고 심장 떨렸던 순간은 잊은 채 따뜻한 커피와 밥을 먹으며 행복감을 느꼈다. 드디어 다낭으로 출발하는구나.
- 다음 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