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클로이 Jun 16. 2020

산티아고 포르투갈 순례길 2일차

Ponte de lima - Rubiaes (18.4km) 



까미노 포르투기스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길) 2일차입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기록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언젠가 부부싸움을 하게되는 날 다시읽어보며 초심을 다지겠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기록을 해보려구요 ㅎㅎ




아침 다섯시 기상. 


구글에 날씨를 검색해보니 내일까지 비가온대요ㅠㅠ  구글에 '지역명+weather' 검색을 하면 날씨가 나와요


오후에 비가온다니 일찍 출발해야 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계란을 맛있게 쪄 보았습니다


^ㅡ^ 한국의 맛이었어요



오늘의 일용할 양식 



다정한 HO는 손수 신발끈을 매주었습니다. 어제 신발끈을 헐겁게 매는 바람에 제 발목이 절단났거든요. 



다이소표 발목보호대도 양쪽에 장착

*다이소 발목보호대 / 무릎보호대 3000원 강추

*일단 사와서 쓸모가 없으면 필요한 순례자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아요





루비아스(Rubiaes) 가는길 



오늘은 어제와 달리 약 18km의 아주 짧은 거리입니다. 다만 산을 넘는 코스라 고난이도라는 소식을 들었어요 



다행이도 날은 맑았고



샛노란 표식이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7년전 나홀로 걸었던 산티아고 프랑스길과는 달리 포르투갈길은 바닥이 온통 돌덩이입니다. 


프랑스길은 나이키 런닝화 두짝으로 800km를 돌파했는데 포르투갈길은 반드시 등산화를 신어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등산화 구입 팁

1. 방수가 되는 것
2. 미리 신어서 길들이기
3. 무겁지 않은 것



저희는 유럽의 국민브랜드 데카트론에서 각각 오만원 정도에 등산화를 구매했습니다. 


못생겨서 맘에 안들었지만 방수력이 최상이라 이 길위에서 효자노릇을 하고있어요 ^ㅡ^


*한국 데카트론은 송도에 있음



길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예쁜 꽃들이 가득했고



이렇게 작고 예쁜마을을 계속 지났습니다 



폭포가 흐르는 산길도 지났습니다



흙길에서도



돌길에서도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때로는 따로 걸었어요



그런데 어쩐지 손을 잡고 걸을 때 보다 혼자 걸을 때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의지할 데가 없을 때 혼자 힘으로 걸을 힘이 생기나봅니다






인생은 오르막길의 연속




어젯밤에 먹은 라면의 힘인지 무려 10km를 2시간에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어제는 30분에 1km를 걷기도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은 마을에 도착해 




오렌지주스와 맥주를 마셨습니다


포르투갈에서 오렌지쥬스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오렌지 두 개를 잘라 착즙을 해줍니다. 


너무 너무 꿀맛이에요!! 



혹시나 이 길을 걸으신다면... 기도하는 곳 바로 옆 바르(bar)에서 꼭 꼭 꼭 쉬어가세요 


두 번 쉬어가세요 



왜냐면


곧 이렇게 높디높은 오르막길을 계속해서 만나게되고





이렇게 될 수 있거든요 ^^;;




다시 멘붕이 올 때쯤



부족의 족장님처럼 두건을 두른 한 사람이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스틱을 제게 전해주고 


저는 그 스틱에 의지해 끝까지 오르게 됩니다 






첫날부터 폭우에 둘째날은 끝없는 오르막길.. 이 모든게 우리의 결혼생활과 비슷할까? 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습니다.


그러면 어제탔던 택시는 무엇이냐하면


고난이 닥쳤을 때 돈으로 해결하는게 좋다 

(예를들어 집안일로 힘들어지면 식기세척기나 로봇청소기를 사는게 좋다)는 뜻이 아닐까...



다행이도 날은 매우 좋았고



정상에 오르니 이렇게 눈부신 하늘을 만날 수 있었어요 



길 위에서 우리는 많이 싸울 것 같았지만,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다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서로가 가진 것을 조금씩 양보하며 길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빨리 그리고 많이 먹는 HO를 위해 저는 제 몫의 음식을 내어주고 


느리게 걷고 사진을 자주 찍는 저를 위해 HO는 시간을 내어주며 걷고 있거든요



발목과 허벅지가 동시에 아픔을 격하게 호소할 때쯤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사실은 마을 초입에서 1km정도 더 걸어야만 오늘의 숙소인 무니시팔 알베르게(Municipal Albergue)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무니시팔(Municipal)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 중 공립으로 운영되는 곳. 일반적으로 사설 알베르게보다 가격이 더 싸다.



웃는 모습이 예쁜 호스피딸레로(Hospitalero)


호스피딸레로는 알베르게 봉사자를 부르는 말인데요 숙소는 5유로였고 무려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었습니다! 



알베르게 내부. 이렇게 커다란 방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함께 숙박을 합니다. 


프랑스길에서는 100명이 한 방에서 잔 적도 있었는데 ㅎㅎ 코고는 소리에 예민한 분들은 힘들어하기도 하죠



그런데 며칠 지나면 다 적응이 되고 


나중엔 코고는 소리가 안들리면 잠이 안오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포르투갈의 마을



따뜻한 물이 퐁퐁 나오는 샤워실에서 깨끗이 샤워를 하고


바로 옆 카페에 와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글을 쓰고 있어요 



정말 많은 사람과 함께 걸었던 8월의 프랑스길과는 달리,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길은 조금은 한적하고 조금은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아직 한국인은 못 만났어요!


재료비 총 6유로 *.*


오늘의 저녁메뉴는 초리조 파스타입니다. 파스타면은 알베르게에 남은 걸로 이용했어요



면과 소금과 올리브유를 넣고 끓인뒤

소스와 나머지 재료를 다 넣고 끓이면 원 팟 파스타(One pot pasta) 완성!


영국애들이 준 치즈가루를 올려 와인과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럼 내일을 위해 buen camino!          

작가의 이전글 산티아고 포르투갈 순례길 1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