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i - Redondela Romano (29km)
Tui - Redondela Romano
까미노 순례길 4일차.
4일차인 오늘은 아침 일찍 눈을 떴습니다.
그러려고 한건 아닌데 새벽 6시에 알베르게의 불이 켜졌습니다...
강제기상
점점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며 길을 걷는 것은 나름의 운치가 있었습니다
프랑스 길을 걸었던 8월엔 한낮에 너무 더워서 언제나 새벽에 걷곤 했었어요. 그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HO가 머리를 그렇게 묶으니 이상화 선수 같다고 해 주었습니다. 요즘 강남씨와 한참 열애중인 이상화선수!
주먹을 꼭 쥐고 "화이팅 코리아!'를 외쳐봤어요
먹방의 스페인(Spain)
걷다가 만난 바르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기자기한 바르(BAR)
어제부터 꽂힌 바나나와 판오쇼콜라를 주문했습니다.
스페인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빵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페스츄리 빵 안에 초코가 가득이에요! 게다가 사이즈도 한국의 두배입니다.
차가워도 맛있는 판오쇼콜라 스페인에서 커피와 함께 꼭 드셔보세요
오늘의 커피.
스페인에서는 음료를 주문하면 저렇게 항상 작은 디저트나 음식을 함께 줍니다.
그 유명한 타파스(TAPAS)입니다
타파스(tapas)
스페인의 음식문화 중 하나로 식사시간 사이에 간식으로 먹는 적은 분량의 요리 또는 본 식사 전 먹는 전채요리를 의미한다. 타파스만 파는 타파스 바도 따로 있으며 스페인의 일부 지역에서는 음료를 주문하면 타파스 메뉴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길을 걷다보니 길이 양갈래로 나뉘었고 망설임 없이 오른쪽 길을 택했습니다.
사실 포르투갈 순례길은 해안길 / 내륙길로 나뉘는데 저희는 그냥 걷고싶은 대로 걷고있습니다.
걷다보니 내륙길로 걷고 있어요.
오늘 걸은 길은 아스팔트가 정말 많았습니다
찻길, 기차길, 공장길을 지나 계속 걸었어요
걷다가 예쁜 표지를 만나 사진을 찍으며 걸었지만
얼마못가
또 다시 바르(bar)에 멈췄습니다.
맛집은 아니어도 음식다운 음식이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요
그런데 이렇게 놀랄정도 귀여운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하시지만
요리수준은 수준급인 할머니
쎄요 도장도 예쁘게 찍어주셨고
단 두개의 타파스 메뉴를 저희에게 제공해 주었습니다.
OREJA가 뭐냐고 묻자
본인의 귀를 만지던 분...
아하 '귀요리'구나!
누구의 귀인지도 모를 그것을 HO는 먹겠다고 했습니다.
맥주를 주문하고 (맥주는 할머니가 추천해주신 1906이 더 맛있었습니다)
등장한 귀!
생각보다 맛이 좋았습니다
족발같은 맛이었어요
누군가의 귀 요리 위에 파프리카 가루를 뿌려 맥주와 먹었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또르띠야(Tortillas)
또르띠야(Tortillas)
스페인식 감자오믈렛으로 감자를 네모로 썰어 계란과 함께 익힌 요리. 왠만한 식당, 바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며 감자 외에 다양한 야채를 함께 넣어 요리하기도 한다. 케이크처럼 크고 높게 만들어 피자처럼 조각으로 잘라먹는다.
사실 전 또르띠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프랑스길을 걸을 때, 아주 춥고 비가 많이 왔던 날 바에서 시켰던 또르띠야가 너무 차갑고 딱딱했던 기억이 제겐 있었습니다.
그래도 귀 요리(?)가 맛있어서 시켜 본 또르띠야. 담백하게 아주 맛있었습니다 *.*
할머니가 더 더 좋아졌어요!
*맥주 2개 + 귀 요리 2인분 + 또르띠야 1인분 = 10.4 유로
맥주 한 잔씩 하고나니 낮잠타임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큰 마을을 만났어요
출발지에서 15km정도 되는 곳에 위치한 오 포리뇨(O'Porrino).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순례자들도 있어요
우리는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낭만의 신혼여행, 까미노
길을 가다 만난 꽃집에서
HO는 해바라기를 사 주었습니다
(그런데 계산은 제가 했어요^^;)
커다란 해바라기를 가방에 달았습니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스페인 길에 있는 모든 가게들이 도장을 가지고 있었어요!
예뻤던 꽃집의 도장
오늘은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 날입니다.
포르투갈길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부러 돌아가게 만든 길이 많았습니다.
물론 순례길이니 그럴 수 있지만 너무나도 눈에 빤히 보이는 길을 일부러 돌아가게 만들어서 뭔가 웃겼습니다
친절한 스페인 사람들은 손짓 발짓을 이용하며 우리에게 짧은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ㅎㅎ
맥주가 다 깨어갈 때쯤
더워서 옷을 벗어재꼈고
머스타드 색깔의 티셔츠와 해바라기가 깔맞춤이 되었습니다.
신이 났어요
그리고 길 위에서 또 스페인 부부를 만났고
우리에게 재팬?! 이라 묻길래 '꼬레아노!'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Why 까미노?'라고 물으시길래
허니문이라 답했지만 영어를 못알아들으셨어요.
저는
'딴 딴따단~ 딴 딴따단~' 결혼행진곡 음을 노래로 불렀습니다.
HO와 스페인 부부가 웃음을 터트렸고 갑자기 부부는 춤을 추고 노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하나도 안 통했지만 아주 즐거웠습니다.
우리도 두 부부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길 바라며
근처의 테이블에서
낮잠을 잤습니다.
먹고 자고 웃고 놀고 춤추고
우리는 그렇게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열심히 놀고 잔 덕분에
햇볕은 점점 뜨거워졌고
바닥에 앉아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그는 언제나처럼 인물위주의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화난건 아니에요 다만 힘이 들었을 뿐 ^^;
까미노 포르투갈길 최고의 맛집
오늘은 아무래도 먹방의 날입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 포르투갈길에서 맛집을 찾으신다면
단연코 제 1등은 이곳이 될거에요....
이름은 CHOLES입니다.
겉보기엔 그저 작은 바 처럼 생겼지만
안에 들어가면
꽤 넓은 식당이 있습니다.
현지인으로 가득차 있었고, 그들이 먹는 식사가 너무 맛있어 보여 우리도 음식을 주문했어요.
타파스 메뉴로 주문한 깔라마리.
오징어 튀김입니다.
오징어가 부들부들, 튀김이 부들부들.
너무 맛있어서 손도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상그리아는 안팔았지만 우리가 달라해서 만들어주신 상그리아!
직접 하우스와인을 만드는 곳이라고 했는데.. 상그리아가 정말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고기....
사실 HO는 육식주의자입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북부지방은 해산물이 유명한데 HO는 고기를 좋아합니다 (물론 저도요)
바베큐 메뉴가 있었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비싼 추천메뉴인 12유로짜리를 시켰고, 미디움으로 잘 구어진 고기와 감자, 구운고추 요리가 나왔어요.
블로거 스타일로 접시에 담아보았습니다
구운 감자마저 맛있었고, 꽈리고추 같은 맛이 났던... 너무 맛있어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소스를 따로 주었는데 무슨 맛인지 모르겟지만 무튼 정말 맛있었고
추가메뉴를 또 시켰어요.
갈비소스의 맛이 느껴졌고, 사이드메뉴 감자는 더이상 안먹겠다는 우리의 말에
할아부지는 샐러드가 있어야 한다며 샐러드를 내 주셨습니다 ㅠㅠ
그리고 그 둘의 조합은 퍼펙트했습니다.
역시 뭐든 발란스가 중요합니다
분명 아까 오징어튀김은 타파스메뉴 (전채요리)였는데 본 메뉴처럼 양이 상당했습니다.
고기도 정말 양이 많았어요!
바로 옆에서는 할머니의 80세 생일축하가 이어지고 있었고
놀라운건 80이라는 숫자가 붙어있는 저 긴 막대가 불꽃이라는 사실..ㅋㅋㅋㅋ
배가 너무 불러(음식이 목까지 차는 느낌이었어요) 디저트는 못먹겠다 했더니
할아부지는 이번엔 '갈리시아 지방의 디저트'를 두 조각 내 주었습니다.
이건 꼭 먹어야 한다며!!
* 오징어튀김(4) + 구운감자,고추,고기 (12) + 갈비맛나는 고기 (7) + 샹그리아 (10) = 33유로
길 위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HO도 기분이 좋아보였고
저는 문득
수 많은 나라 중 제가 스페인을 가장 좋아했던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맛있는 음식
눈부신 날씨
웃음 가득한 사람들
숙소에 도착해서
말을 타고 있는 스페인 친구들을 보았고
사진찍는 저를 위해 그들은 친절하게 말을 내주었습니다.
말타기가 취미인 그 애들을
HO는 한참이나 쳐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