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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클로이 Jun 23. 2020

산티아고 포르투갈 순례길 6일차

Pontevedra - Caldas de Reis (23.5km) 


6일차 순례길 Pontevedra - Caldas de Reis (칼다스 데 레이스) (23.5km)



어젯밤 묵었던 숙소는 완벽했습니다.

까미노 길 위에서 처음으로 새하얀시트와 이불을 덮고 잠을 잘 수 있었어요.


길 위에 완전히 적응한 덕분인지

깨끗한 시트 덕분인지


그야말로 아침까지 푹 잠들었습니다.


조식포함 20유로 Acola hostel


그리고 키친에 준비되어있었던 조식



씨리얼, 우유, 비스킷, 빵 뿐만 아니라

오랜 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가지고 떠날 수 있도록 작은 봉투에 간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건 이런거겠죠



지난 밤 저녁을 먹기위해 나섰던


폰테베드라(Pontevedra)



새카만 밤에 불이 켜진 동네가 너무나 예뻐

하루를 더 머무를까


우리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하루 쉬는 것도 좋아' 라던 저와는 달리

HO는 걷고싶다 말했습니다.


사실 신혼여행으로 이 길을 걷자고 했을 때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YES'를 했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저보다 더 이 길을 좋아하게되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 조개껍데기




오늘도 어김없이 산티아고로 향합니다



200km가까이에서 시작했던 그 길이

60km밖에 남지않았어요



산티아고 대성당이 가까워오자

길 위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가방엔 이렇게 커다란 가리비가 달려있습니다. 

가리비는 순례길의 상징이에요.



산티아고순례길 가리비

산티아고 순례길은 본래  성 야보고가 복음을 전하며 걸었던 종교적인 길로 스페인의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이다. 가리비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안내하는 표식으로 많은 순례자들이 가방이나 지팡이 등에 가리비를 매달고 길을 걷는다.



이렇게 노란색 화살표와 조개껍데기가 함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6일차 아침, 까미노 적응 완료!




6일차가 되니

우리는 무적이 되었습니다.



매일 좋은 풍경을 보고 꽃내음과 흙내음과 누군가의 똥냄새를 맡으며 걸은 덕분인지 점점 건강해졌어요



네 발로 기어가다시피 시작했던 길에서

저는 이제 직립보행을 할 수 있게 됐어요ㅎㅎㅎ



힘차게 걸어서


오늘 걸어야 할 길의 절반지점에 도착했고



기찻길에 나란히 앉아



숙소에서 정성스레 싸준 도시락을 꺼내먹었습니다.


치즈와 햄으로 만들어진 샌드위치와

요거트, 과일주스, 사과였어요!



우리도 나중에 게스트하우스 할까?

그럼 아침밥으로 뭘 제공하지? 삼각김밥을 싸야하나?


이루어질 지 아닐 지 모를 이야기를 하며 오늘도 길을 걸었습니다.


드디어 개시한 고프로



길 위의 친구들


일부러 누군가와 인연을 만드려 하지 않아도

길 위에서는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3일째 길에서 만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할머니

본인의 몸만한 가방을 매고 천천히 걷습니다.


함께 있는 할아버지는

뚜이(Tui) 대성당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분이었어요.


까미노 길을 그림으로 그리는 분이라는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유명인사라고 했습니다


놀라워 하는 우리를 위해

그는 말없이 그동안 그려왔던 그림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곳에서 머물지만

그녀는 길을 더 떠날거라고 했습니다.


속도보다 방향 그리고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길 위에서 또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산티아고에서 만나기를 약속하며 헤어졌어요.


벌써 이 길 위에서 '산티아고에서 만나자!' 약속한 사람들이 몇 명인지 모르겠습니다.





구글은 사랑입니다



다음에 이런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구글은 사랑입니다



길 위에서 세 명의 포르투갈 아저씨들을 만났고 

그들은 우리가 오늘 도착할 곳에는 사람이 많을거라고 했습니다.


'미리 숙소를 예약하는게 좋을 것 같아'라는 조언에 따라


부킹닷컴에 검색을 했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길에선 모두들 부킹닷컴을 이용해요



평점 9.0

1박에 25유로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였고 구글 검색으로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할머니가 영어를 못해

온갖 스페인어와 영어를 동원해서 예약을 했습니다!


저는 그냥 '투데이, two' 이렇게만 외쳤고


NO reservation을 말하던 그녀는

우리를 위해 두 개의 침대를 내어주었습니다



직접 전화로 예약하니

2인실 2개의 침대가 각각 15유로였습니다.


무려 부킹닷컴보다 20유로가 저렴했다는 사실!!


저는 이렇게 종종

집안살림에 도움이 되는 검색을 하곤 합니다



2인실

새하얀 침대

공짜 세탁기와 건조기


순례자를 위한 모든 것이 있었습니다. 다만 뜨거운물이 안나와 차가운 샤워를 했어요


맥주를 시켰는데 타파스로 제공된 샌드위치


근처의 문 연 가게를 찾아헤매다

한 햄버거 가게를 발견했고


한국의 맛


제육볶음같은 이 요리와



샐러드



그리고 크림파스타를 주문했습니다


햄버거가게에서 말이죠^^;;;



타파스 메뉴로 시킨 ZORZA는 안 매운 제육볶음의 맛이 났고

크림파스타는 한국에서 먹던 까르보나라의 그 맛과 200% 일치했습니다.


점원은 계속해서 '맛있니?'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아마 놀라운 속도로 먹어치우는 우리가 놀라웠을 거에요 :)



자아의 성장과 영적체험이 함께했던 프랑스길과는 달리 포르투갈길은 먹방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길에서

'관광객 순례자'를 툴레그리노 (펠레그리노 + 투어리스트) 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아마

저희 둘을 부르는 말인가봐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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