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클로이 Jun 24. 2020

산티아고 포르투갈 순례길 7일차

Caldas de Reis - Padron (22km) 


순례길 7일차 Caldas de reis - Padron (22km)


숙소가 편안했던 덕분인지 다른 날보다 늦게 눈이 떠졌어요. 아홉시 쯔음 일어나



집앞 마트에서 오늘 먹을 과일을 샀습니다



스페인은 과일이 싸고 맛있다는!


특히 오른쪽 끝에 귤처럼 생긴 과일, 만다린이 정말 맛있어요! 귤보다 훨씬 달아요



아침부터 비가내렸고



숨겨뒀던 종량제 봉투를 꺼내



나란히 입고 길을 나섭니다



혼자면 부끄럽지만

둘이면 뭐든 괜찮은 이유는 뭘까요



마트에서 산 빨간사과를 반으로 나누어

먹었습니다


사과가 반질반질 윤이 났어요



우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튼튼한 우비를 쓰고있었습니다


우리가 걷고있는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입니다. 


저희는 우비의 무게를 줄이려 다이소표 우비를 구매했지만 누군가 순례길을 걷는다면 우비는 좋은 걸 구매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ㅎㅎㅎㅎ


갈리시아(Galicia)
스페인의 서북부 지역으로 연간 강수량 1500mm이상으로 비가 많이 내린다 



조금 내리다 그치길 바랬던 비는



전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우린 계속 비를 맞으며 걸었습니다


비가 정말 많이 내렸어요!



한참을 걷다 만난 길가의 주인없는 카페에서

어제 만난 그림그리는 할아버지를 또 만났습니다


할아버지의 우비도 우리처럼 종량제 봉투 ㅎㅎ 뭔가 동질감이 느껴졌던 할아버지의 초록색 우비



자판기 커피와 초코바를 사서


스페인어로 라떼는 카페콘레체


할아버지와 나누어 먹었습니다


어깨를 툭툭치며 셀카를 찍자던 할아버지.



같이찍은 셀카에서 우리의 모습는

10년차 중국인 부부의 모습같았기에


차마 사진을 올릴 수 없었어요



벽엔 길을 걸었던 순례자들이 적어놓은

글귀가 보였고



그 중엔 한국어로 된 거짓말도 있었습니다


이 글귀를 읽고도 우리는 세시간을 더 걸어야만 했거든요 ^--------^



열심히 걸어도 비가 그치지 않아

우리는 길가의 바에 머물러 비가 그치길 기다렸습니다


케찹은 달라고 해야만 줍니다


체온이 다 떨어져 파랗게 질린 얼굴이



햄버거와 크로켓을 먹으니 금방 정상회복이 되었습니다 :)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에는

다양한 재료를 넣은 크로켓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맛도 아주 좋아요!


그런데 세 개 이상 먹으면 갱장히 느끼하다는! 



레스토랑의 TV에서는 비가온다는 방송이 계속되었고 ㅠㅠ 


전국적인 폭우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일부 지방에는  홍수로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어요. 





길을 계속 걸어야 되는 우린 걱정을 하는 대신 이해가 1도 안되는 스페인의 뉴스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뉴스는 꽤 재미있었어요!



비가와서 신발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방수력은 최고였던 등산화.  

왠만한 비에 끄떡없고 빠르게 건조가 되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사실 등산화는 미리사서 여러번 신어본 뒤에 순례길을 나서는게 좋지만


시간이 없었던 우린 여행을 떠나며 처음으로 새 등산화를 신게되었습니다.



다행이도 가볍고 방수력 좋은 이 신발 덕분에

발에 물집하나 없이 잘 걸을 수 있었어요


(다만 걸은지 3일만에 제 등산화는 윗부분이 터졌다는 ㅎㅎㅎㅎㅎ)






비가그친 뒤 마을의 모습




언제 비가 왔냐 싶게 점점 하늘이 갰고



길가의 예쁜 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봄에 걷는 순례길의 장점 중 하나는



누군가의 마당에 핀 꽃들을 감상하며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거에요



그 중에는 난생 처음 본 꽃들도 많았습니다



울타리 밖에서 뛰어놀던 염소들을 구경하며 걷다



마침내 오늘의 마을을 만났습니다

Padron이라는 이 마을에서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쉬어갑니다.






천천히 그리고 오래 걷는 재미를 알아버린 우리는

조금 더 걷기로 했어요.



마을 어귀에서는 축제가 열리는지

천막으로 된 식당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홀리듯 들어가



빠에야와 고기를 시켰어요!



빠에야를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HO에게

맛있는 빠에야를 먹게해주고 싶었지만


이 빠에야는 마치

마을 잔치에서 대량으로 생산한 파전같은 맛이 났어요 


그래도 HO는 바베큐가 너무 맛있다며 순식간에 음식을 다 먹어치웠습니다



다시 길을 나서고



이제 완전히 그친 비 덕분에



우리는 멋진 스페인의 하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하루만 더 걸으면 산티아고에 도착합니다


길을 걸으며 HO에게 물었습니다



"우리의 신혼여행이 어때?"


그는 아주 좋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그랬습니다.



저는 그것만은 하지말라며 그를 말렸습니다



한참을 걷다 오늘의 숙소를 발견했습니다


숙소는 서부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속도로 바로 옆에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숙소 바로 앞엔 기사식당같은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고 

우리는 그 곳에서 마을의 아저씨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산티아고 포르투갈 순례길 6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